북한과 일본이 국교정상화 협상을 내년부터 다시 진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두 나라 대표단은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협의에서 그 같이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두 나라가 언제 어떻게 무얼 하겠다고 합의했습니까?
새해 1월 말부터 양측 협상단이 만나 국교 정상화를 위해 이 문제를 포함한 주요 현안 세 가지를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국교 정상화 외에, 일본인 납북문제와 핵/미사일 문제가 그것입니다. 이 세 가지 현안별로 분과위원회를 만들어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중에서 일본으로서는 일본인 납치문제를 가장 우선적인 현안으로 보고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고이즈미 정부는 그동안 ‘자국민 납북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일본과 북한간 국교정상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습니다. 이번 베이징 회담에서도 그 같은 원칙을 다시 한번 북한측에 분명히 했다고 합니다.
일본인 납치문제와 관련해 두 나라가 서로 다른 입장인데요.
그렇습니다. 북한은 7 -80년대에 납치된 일본인중 실종자 10명가운데 8명은 숨지고 2명은 북한에 입국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2천2년 9월과 2천 4년 5월 두차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인 납치문제는 완전해 해결된 것이라면서 더 이상 논의할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작년 12월, 북한측이 건네준 일본인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의 유골의 유전자 검사결과 가짜라고 단정하고 북한측이 주장하는 실종자들에 대해서도 다시 조사해야 겠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측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죠.
2002년 9월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1. 북한의 납치 재발 방지 2. 일본의 식민통치 사죄 3. 또, 동북아시아지역 평와와 안정을 위한 상호 협력, 그리고 4. 북한과 일본의 국교정상화 회담 재개 등 4가지 사항을 담은 ‘평양선언’이 발표됐었는데요, 북한측이 요구하고 있는 일본의 과거에 대한 사죄는 말보다는 금전적인 보상에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북한은 과거 식민통치시절의 피해를 가한 일본은 북한에 대해 보상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평양선언에서 밝힌 일본측의 보상 내용은 북한에 대해서 무상자금을 주고 저금리로 장기 차관을 제공하고 또 국제기구를 통해 인도주의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실제 일본이 북한에 제공한 경제협력의 규모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과거에 북한측이 요구한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보도됐었습니다.
북한은 과거청산에 대한 보상이 없이는 북일 국교정상화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일본은 납치문제 해결 없이는 북한과 수교란 있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는데요, 국교정상화 실현이 쉬울 것 같습니까?
겉으로 주장하는 것만 봐서는 양국간의 수교는 서로 먼저 받아야 겠다는 입장이라서 쉬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양측은 국교정상화가 서로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어려운 고비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포기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는 자신의 임기 내에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를 이루고 싶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표명했습니다. 고이즈미로서는 일본 국민 다수가 바라고 있는 자국민 납북문제를 해결하고 또 일본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풀 수 있다면 북한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을 대가로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실현하는 것이 일본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으로서도 10년 전부터 악화된 참담한 북한 경제상황을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대규모 경제 지원이 절실할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맹방인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를 통해 미국의 대북 강경 정책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란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두 나라는 엊그제 베이징 회담에서 서로의 속셈을 알고 있지만 대화는 단절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아래 내년 1월 주요현안에 대한 분과위원회 가동에 합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2천 2년 고이즈미 총리가 평양을 방문한 그 다음달 10월에 두나라는 말레이시아에서 국교정상화 협상이 재개됐었습니다. 이번 합의로 북한과 일본은 3년여 만에 다시 수교협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김연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