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정부는 비전향장기수들을 조속한 시기에 북한에 송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송환의 원칙과 기준 마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남한의 납북자 지원 단체들은 북한이 납북자문제와 관련해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비전향장기수를 송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4일 남한 언론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비전향장기수의 송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장기수 본인들의 의사를 감안해 송환의 원칙, 기준, 방법 등을 가급적 빨리 결정하고, 송환도 조속히 시행할 수 있도록 다른 부처들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2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인도주의적, 인권, 인간적 도리 차원에서 비전향장기수의 송환문제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부는 이미 지난 93년 3월 비전향장기수 리인모 씨를 북측으로 돌려보낸 이후, 2000년 9월 2일 비전향장기수 63명을 북측에 송환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납북자가족모임의 최성용 대표는, 고령의 비전향장기수를 송환한다는 움직임은 이해하나, 납북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전향장기수를 송환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최성용: (2000년에는 남한이) 양보를 했으니, 이번에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납북자들의 생사확인과 송환약속을 받은 뒤, 비전향장기수를 보내야 한다. 비전향장기수만 인도적으로 할 것이 아니고 우리 납북자 문제를 먼저 해결 한 뒤에 보내는 것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한편, 남한의 민간단체 비전향장기수송환추진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북송을 희망하는 장기수들은 모두 28명입니다. 이들은 남파 공작원이거나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으로 활동했던 인물들로, 남한 법에 따라 형을 살고 출소한 사람들입니다. 위원회 측은 이들이 강제로 전향했기 때문에 비전향장기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진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