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합리성에 모순되는 북 지도이념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17.04.28

"과학자들의 행진 (March of Science)"이라는 행사가 지난 22일 전 세계적으로 열렸습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남한의 서울까지 전세계 600여 개의 도시에서 진행된 이 행사는 4월 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입니다. 행사의 취지는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과학의 역할을 강조하고 공동의 선을 유지하는데 그리고 공익을 위해 사실에 기반한 정책을 요구하는 과학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한 국제적 규모의 대중 선전행사이자 축제였습니다.

같은 날에 저는 북한인권 국제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 있었습니다. 22일 베를린에서도 수 천 명이 모이는 대규모 과학자들의 행진 시민 집회가 베를린 중심가에 있었습니다. 행사에 모인 독일의 지성인들, 학생들, 일반 시민들은 시내에 있는 훔볼트 대학에서 독일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까지 걸어서 행진했습니다. 참석자들은 '개방적이고 현대적인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은 자유로운 연구와 교육'이라고 주장하며 지성과 이성의 힘의 중요성을 홍보했습니다.

"감정이나 감성에 기대기 보다 사실에 기초한 결정을 해야한다." "과학은 우리 사회의 건강을 보호하며 우리 가족의 안전을 추구하고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지원하고 경제와 일자리의 기초가 되고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만들며 우리의 다음 후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며 수천명의 지성인들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과학은 북한 당국이 열을 다해 집중하고 있는 미사일과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군사과학이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과학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와 과학적인 생각의 힘, 사실을 기반한 논리적인 사고를 말합니다. 이런 지점에서 독일 사람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는 인권활동과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방식과 연계시키고도 있습니다.

우연찮게도 22일 제가 개최한 북한인권국제대회에서도 합리적 사고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저는 베를린과 영국 그리고 네덜란드에서 일하는 북한인권활동가들과 국제법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하루 종일 북한의 반인도범죄와 책임규명에 대해서 논의를 했습니다. 지오다노부르노재단이라고 불리는 독일 내의 인본주의 철학을 연구하는 재단과 함께 행사를 주최했는데, 국제대회의 개회사로 지오다노부르노 재단의 대표가 하신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독일의 유명 철학자이자 유명 철학책의 저자이기도 한 마이클 슈미트 살로몬 대표는 지오다노부르노 재단이 북한인권 운동을 지지하고 동참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김 씨 일가의 사상이 인간의 합리성과 이성 그리고 과학적 사고와는 거리가 멀고 북한의 전 주민을 무지몽매한 비합리성으로 이끌기 때문이라고 명확하게 지적했습니다.

서방언론들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단순하게 북한의 체제를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슈미트 살로몬 대표는 북한의 김일성-김정일주의는 과거 스탈린주의나 마오쩌둥주의와는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서는 권력의 세습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3대 세습은 북한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기존 공산주의의 철학적 관념이나 사회주의의 이념적 관념과도 모순을 이룬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김 씨 일가가 주장하는 주체사상을 잘 들여다 보면 민족주의의 요소가 짙게 들어가 있어 오히려 무솔리니의 사상과 더 가깝고 전 주민들로부터 우상화를 요구하고 모든 문화적 요소의 획일화를 강조하는 것을 보면 북한은 오히려 파시즘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슈미트 살로몬 대표는 자신이 연구한 김일성주의 김정일주의를 이렇게 정리를 하며 기본적인 인권을 유린하고 전 주민을 노예상태로 몰아넣고 정치범수용소를 운영하며 반인도범죄를 저지르는 북한의 지도자들은 합당한 국제법의 잣대로 책임을 규명해야하며 이러한 활동에 재단이 함께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침에 개회사를 한 이후 슈미트 살로몬 대표는 베를린의 '과학자들의 행진'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저녁 시간에 다시 우리 국제대회 행사장으로 돌아와 향후에 어떻게 북한인권을 위한 활동에 협조할지를 토론하기도 했습니다.

지오다노부르노재단은 인본주의, 인간중심 사상, 계몽주의와 합리주의, 인간의 이성과 지성을 기초로 한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연구소입니다. 그리고 열린 세계의 합리적 발전을 위해 일하는 곳입니다. 이런 재단이 북한인권과 무슨 상관있느냐는 질문에 재단 대표는 쉽게 답변합니다. 이 재단이 추구하는 인간의 가치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북한 당국이 무참히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즉 합리적이고 사실에 기반한 이성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지구 어디에서건 김정은 정권의 인권유린과 북한 당국의 지도 이념이 인간이성과 모순됐다는 것을 잘 인지한다는 말입니다. 과학자 행진의 날에 베를린에서 국제대회를 개최하며 합리성과 논리와 인간의 이성적 사고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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