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이산가족을 위한 과감한 결정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15.09.11

오는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 면회소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지난 8월 중순에 체결한 남북 고위급 합의에 따라 이달 초에 남북은 적십자 실무접촉을 가졌고 그 결과 1년 8개월 만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치르게 됐습니다.

남측에서는 상봉 행사가 추석을 전후로 이뤄지기를 희망했지만 결과적으로는 10월 하순으로 결정됐습니다. 남측에서는 10월 10일이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인데 만일 북한 당국이 당 창건일을 기념해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진행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가 대결국면으로 향해갈 것이고 북한 당국은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합의 내용을 저버릴 수도 있겠지요..

이산가족상봉 행사는 6.25전쟁 이후 1985년에 처음으로 이루어졌고 15년의 공백 이후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채택을 계기로 그해 8월 15일에 새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2월의 행사까지 총 19차례의 이산가족들이 만났습니다.

하지만 지난 15년간 진행되었던 이산가족 상봉이 크게 만족스럽지는 못합니다. 지금까지 북측에 있는 가족을 찾겠다고 신청한 남측의 이산가족은 12만9천 698명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통해 가족을 만난 사람은 2천명도 채 안 됩니다.

더더욱 비극적인 사실은 남한의 이산가족 중 48.9%인 6만 3천명 이상이 꿈에 그리던 부모, 자식, 형제를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또 남은 이산가족 중 81.6% 이상이 70세 이상이며 54% 이상이 80세 이상의 고령입니다.

이분들에게는 앞으로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이산가족상봉을 대남협상용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도 이산가족상봉 협상과정에서 북한당국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또 2004년 10차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는 군사분계선 지역의 대북방송을 중단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이렇게 북한은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남한 측에 뭔가 얻어 낼 것이 있을 때만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가슴 아픈 미끼를 조금씩 허락해주는 식의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남한 측에서는 이산가족 생사확인, 서신 교환, 주기적이고 상시적인 상봉, 더 많은 이산가족에게 상봉기회를 확대할 것 등을 북측에 요구하며 이산가족문제를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실 국제법에서는 이산가족 문제는 인권문제의 영역에 속합니다.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조사 보고서의 '강제실종' 부분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가족생활 권리에 대한 침해'라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에 있는 '가족생활 권리'를 살펴보겠습니다. “국제인권법은 가족을 국가의 전적인 보호가 필요한 기초적이며 천부적인 단위로 인정하고 있다. 인권법에는 가족이 헤어질 경우 재결합하도록 돕는 것이 국가적 의무로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산가족 문제에 있어서는 국가적 의무가 수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협의가 이뤄지는 것만 가지고도 남북관계 개선의 상징으로 여기며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산가족 상봉은 북한당국의 예측할 수 없는 의도와 상황, 남북관계 그리고 북한의 이해관계에 맞춰 결정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당국의 이러한 태도가 장기화되면서 남측에서도 북한의 선심 쓰기식의 이산가족 문제의 접근방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한도 북한당국이 선물인양 던져주는 이산가족 상봉 협의를 언제까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가족상봉의 날만을 기다리는 6만의 남은 이산가족들이 생전에 북측의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과감한 결정이 필요합니다.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자유로운 서신 교환, 더 많은 이산가족의 상봉 등을 위해 북한당국이 감히 거절할 수 없을 정도의 매력적인 투자를 남측이 먼저 제안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상상력을 동원하여 적극적이고 과감한 제안을 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북한당국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사랑인 가족애를 악용하는 반인륜적 정책을 당장 거두어들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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