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북 인권유린은 소년단 시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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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6일은 조선소년단 창립 70돌이 되는 날입니다. 지난 한 주 평양에선 소년단 창립 70돌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인민문화궁전에선 중앙보고대회가 개최됐고 생일축하모임이다, 전국연합단체대회다 하는 각종 행사소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습니다. 북한당국은 한창 뛰어 놀고 배우며 자신의 꿈을 키워야 하는 아이들을 ‘당과 수령을 결사옹위하는 총폭탄’이 되라고 강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도 비준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에는 18세 미만의 모든 아동들이 누려야 할 권리들이 명시돼 있습니다. 오늘은 북한아동들의 현실이 아동권리협약과 얼마나 거리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협약의 2조는 “모든 형태의 차별과 처벌로부터 아이들이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북한에선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토대가 나쁜 집 아이들은 상급학교에 진학하기가 어렵고 성인이 되어서는 입당하여 간부가 되는 것도 어렵습니다. 반면 토대가 좋고 권력이 있는 집 아이들은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직장에 배치됩니다. 최근 들어서는 빈부격차가 더욱 심하게 되어 어린 시절부터 발생하는 불평등과 차별은 더욱 심각합니다.

또 12조는 “아동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보호해줘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선 아이들이 하나의 생각만을 가지도록 강요 받습니다. 태어나서 탁아소에 맡겨질 때부터 아이들은 당과 수령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교육받습니다. 학교교육도 ‘어버이 수령님과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를 우상화하는 교육이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북한당국은 창조적이고 다양한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어린 시절부터 잘라버립니다.

특히 17조는 “아이들이 국내외의 대중매체로부터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넷과 과학기술로 전세계가 만나고 소통하는 시대에는 더더욱 중요한 항목입니다. 세계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정보는 언제든 쉽게 찾아 쓰고 있습니다. 정보유통과 활용에 따라 개인은 물론이고 나라의 운명까지 바뀌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정보와 지식의 활용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그런 미래를 살아나갈 우리 아이들을 국제전화통화도 인터넷도 모두 차단된 상태에 가둬서는 안 됩니다.

아동권리협약 31조와 32조에서는 아이들이 육체적, 정신적 노동착취의 대상이 되어서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 역시 북한 아동들의 현실과는 거리가 멉니다. 아이들은 농촌동원에서부터 파철, 파지, 토끼풀, 퇴비모으기, 등 각종 ‘꼬마계획’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는 명백한 강제노동으로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심각한 위반입니다.

설명 드린 아동 인권유린은 조선소년단을 가입하면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북한아동들은 2월 16일에 소년단에 가입하느냐, 4월 15일에 가입하느냐, 그도 아니면 가장 늦게 6월 6일 소년단창립일에 가입하게 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등급이 차례로 매겨집니다. 소년단 가입 순서대로 사회계층과 토대의 딱지가 붙게 돼 평생 차별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 소년단 가입으로 북한 주민들의 조직생활과 정치생활이 시작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아동들은 소년단 가입 자체로 엄청난 정서적인 압박을 받게 됩니다. 40대 후반의 한 탈북자는 지금도 소년단 가입선서가 입에서 줄줄 나올 만큼 어린 시절 소년단 가입이 가장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이때부터 시작하는 생활총화와 정치학습 그리고 국가 과제수행은 청년동맹, 인민반 그리고 직맹이나 여맹으로 이어지며 평생 동안 진행해야 합니다. 남한으로 내려온 많은 탈북자들이 남한생활에서 가장 좋은 점이 바로 조직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북한당국은 어린 아이들마저 소년단이라는 틀에 묶어서 오로지 최고지도자만 믿고 따를 것 그리고 목숨까지 내놓을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동권리협약의 “당사국은 모든 아동이 신체적, 지적, 정신적, 윤리적, 사회적 발달에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명시해두었습니다. 북한당국은 이 협약의 당사국인 만큼 협약이 정한대로 아동이 아동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