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베네수엘라의 위기에서 북한을 투영해 본다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17-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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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문제를 논의하는 유엔 회의장에는 항상 북한 당국과 한편이 돼서 같은 목소리를 내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아주 적은 수지만 지구상에는 아직도 북한과 뜻을 같이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물론 중국이 대표적이고 쿠바나 미얀마, 저 멀리 남미주 대륙 북쪽에 위치한 베네수엘라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이런 나라들은 북한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여러 방면에서 발전했고 국제화도 되었지만 여전히 일당독재나 전체주의 그리고 권위주의 정권으로 국제적인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이들 중 베네수엘라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7월 30일이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제헌의회를 구성할 의원을 뽑는 선거를 치뤘습니다. 다수의 국민들과 야당측은 선거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고 마두로 정권은 무장한 장갑차까지 동원해 시위대를 해산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 10명의 사망자까지 나왔다는 언론보도도 있었습니다. 베네수엘라 정부와 국민들간의 유혈충돌은 올해 초부터 전 세계의 언론보도를 뒤덮고 있던 사건입니다. 국민들의 불평과 시위는 경제상황의 붕괴에도 원인이 있지만 주요하게는 지난 30일 진행된 제헌의회 의원 선거를 반대하는 것이었습니다.

올해 3월 말로 거슬러 가보겠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대법원이 의회의 입법권을 장악하고 의원 면책특권 빼앗으면서 혼란은 본격화됐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야당이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의회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15년의 의회 선거에서 24개 야당의 연합이 67%의 의석을 차지하면서 마두로 대통령의 반대파들이 의회를 좌우하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하루만에 대법원은 결정을 번복하면서 스스로 망신스런 결과를 초래했지만 여전히 이런 시도는 국민들과 야당의 눈에 마두로 대통령이 일인독재의 길로 본격적으로 들어서려는 시도로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2015년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한 것도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엄혹한 평가였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사망한 이후 2013년 대선에서 겨우 1.49 %라는 근소한 차로 야당 후보자를 이겨 대통령이 됐습니다. 하지만 마두로 정권의 실정으로 인해 국민들의 지지도가 극도로 낮아졌고 경제적 위기까지 닥쳤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런 위기상황을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경제 정책이 아니라 강력한 독재체제를 구성함으로써 해결하려던 겁니다. 즉 야당 중심의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헌법을 집필하는 등 국가 최고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제헌의회를 구성해서 마두로 중심의 의회와 정권을 새로 세우자는 시도입니다.

30일 선거 이후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41.53%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텔레비젼에 나와서 "그 누구도 제헌의회 위에 존재할 수 없다"고 공포했습니다. 그리고 곧 제헌의회 취임식이 강행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투표체제와 장치 등을 제공한 업체는 투표참가자 수가 실제 이 업체가 집계한 수와 100만 표 이상이 차이가 난다며 선거결과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사실상 7월 16일에 야당측이 주도해서 진행한 비공식적 국민투표에서 7백만명 이상의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제헌의회 구성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나왔습니다.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도 거셉니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캐나다,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 미국 같은 국가들은 베네수엘라의 제헌의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유럽연합 등 전 세계적으로도 베네수엘라의 제헌의회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지난 5월부터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조기 대선을 요구해온 국민들에 대한 정부의 유혈진압으로 4천 500명이 체포됐고 114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신문들은 베네수엘라의 텅빈 식료품 상점과, 국민들이 먹을 것을 찾아 이웃국가인 콜롬비아로 입국하고 있는 사진들, 격렬한 시위대의 사진들을 연일 내보내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이렇게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며 국제사회의 근심거리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현실과 비교했을 때 베네수엘라에서는 적으나마 희망이 보이기도 합니다.

야당의 각 정당들은 이해관계로 얽힌 정쟁으로 인해 국민의 안위를 위한 정책을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24개의 정당이 연대를 해서 독재를 시도하는 대통령에 맞서고 있습니다. 또 정부당국의 무력진압으로 불행히도 백 여명의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지만 국민들은 집회, 결사, 시위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인접국가인 콜롬비아로 이민심사만 받으면 건너 갈 수 있다는 점도 들 수 있습니다. 7월 말 경 신문보도에 의하면 매일 2만명 이상이 줄을 지어서 콜롬비아로 넘어간다고 합니다. 콜롬비아 이민국에서는 당시까지 35만 명의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입국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 체포돼 끌려서 북송되는 북한주민들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떠오릅니다.

유엔 무대에서 북한 당국을 열심히 지지하는 베네수엘라지만 민주적 발전을 위한 요소들은 갖추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국민과 야당의 목소리 그리고 피난처가 되어주는 인접국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북한주민들의 현실을 돌아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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