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신임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지난 11월 말 서울을 방문했습니다.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남한의 한 언론과 대담에서 북한 인권문제와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에는 분명한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북한당국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북한의 인권문제가 묻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늘은 북한문제 있어서 안보문제와 함께 국제사회에서 동시에 토론되고 있는 반인도범죄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먼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11월 30일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의 만장일치로 대북 제재 결의 2321호가 채택됐습니다. 지난 8월말 함북도 지역의 참혹한 큰물피해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어 9월 초에 진행한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징벌적 대응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안보리 회원국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돈줄을 원천 봉쇄하자는데 동의를 했습니다. 예컨대 세계 여러 유엔 회원국에 파견돼 있는 북한 외교관의 숫자를 줄이고 외교관들의 상업활동도 막겠다는 내용이 포함 돼 있고, 북한의 수출 금지품목에 기존의 사치품과 무기류 외에도 은, 동, 니켈, 아연 등 4가지 광물이 추가됐습니다. 기타 금융재제 강화와 핵개발을 위해 외화벌이에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에 대한 재제가 구체화되었습니다. 단 민생을 위해서 석탄 수출은 총량과 총액을 제한하는 것에 그쳤습니다. 즉 2015년 대비 석탄수출로 얻은 총 수익 10억 5천만 달러의 38프로인 4억달러까지만 수출하도록 제한을 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안보리 결의안으로 인권문제까지 신경을 쓴 점입니다. 안보리 결의안은 북한당국이 주민의 인권을 무시하고 민생을 외면하면서 미사일과 핵개발에 몰두하는 정책을 비판해 “주민의 복리와 고유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장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유엔 기구 중에서 가장 권위있는 기구인 안보리가 북한 인권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의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보고서가 나온 이후입니다. 조사위원회 보고서는 북한당국이 자행하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며 중대한 인권유린이 반인도범죄에 해당되고 이 문제는 안보리가 결의안을 통과시켜서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책임 소재를 규명해야 한다고 권고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2014년 12월 안보리 회의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북한의 인권문제가 안보리의 안건으로 토론되었습니다. 올해도 아마 북한 인권문제가 심각하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일본정부도 대북 제재를 통해 안보문제를 챙기면서 인권문제도 함께 연관지어 다루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일본 정부는 독자적으로 현재 실시하고 있는 선박왕래 규제, 자산동결 확대 등 대북 제재 강화안을 확정했습니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납치문제와 핵 미사일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추가 독자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달 17일에 태국의 수도 방콕과 21일 화란(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서 있었던 국제행사에서는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의미심장한 발언들이 있었는데요. 이를 통해 일본정부의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두 행사에 참석한 일본정부 관계자들은 북한당국에 의한 일본인 납치피해자 문제해결이 일본정부의 최우선 과제임을 강조하며 일본이 이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 두 행사는 제가 일하는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가 주최한 행사인데요. 21일에 있었던 헤이그 행사는 국제형사재판소의 15회 당사국 총회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한 병행행사라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인권 논의가 국제형사재판소에서도 시작되었다는 말입니다.
이 행사에 참석한 구 유고형사재판소의 주임 검사였던 제프리 나이스 경은 현재 안보리에서 중국이 막고 있기는 하지만 북한의 반인도범죄 문제의 책임소재를 밝히는 수단으로 국제형사재판소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애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지속적으로 북한의 반인도범죄 사실을 조사 기록하고 누가 가해자인지 찾아내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제는 국제 상설재판소가 있는 상황이므로 한 나라의 정부 책임자들도 범죄를 저지를 경우에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정은 등 북한의 반인도범죄에 책임이 있는 당국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는 길은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가 동의하고 결의안을 채택하는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과거 2년간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의 북한인권 문제 토론은 의미가 깊습니다.
이제 그 토론이 안보리를 넘어서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까지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