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2018년도 북한 신년사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18-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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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도 신년사를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종전까지 주요 매체들에 신년공동사설을 게재하는 방식으로 신년사를 발표했지만, 2013년부터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육성으로 신년사를 내보내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1월 1일 오전 9시 30분에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된 2018년도 신년사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대내, 대남, 대외 등 세 방면을 향한 메시지들을 담아냈는데, 대내용 메시지에는 특별한 특징이 없습니다. 예년처럼 제 산업분야의 활동을 고취하고 자립경제를 다짐하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남용과 대외용 메시지에는 눈에 띄는 두 가지 특징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유별나게 ‘핵 억제력’을 강조하면서 미국을 견제하는 발언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신년사는 ‘핵,’ ‘핵운반 수단,’ ‘탄도로켓’ 등 핵무력과 관련한 표현을 무려 20차례나 넘게 사용하면서 핵무력 완성, 수소탄 보유, 미사일 능력 등을 자랑했으며, “미국은 우리의 핵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 “미국은 결코 우리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한다,” “내 책상 위에 놓여있는 핵단추는 위협이 아닌 현실이다” 등의 말로 미국을 협박하고 견제하는 발언들을 쏟아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제를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악랄한 제재압박 소동”으로 비난했으며, 핵탄두들과 탄도로켓들을 대량생산하여 실전 배치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유난스럽게 ‘민족’을 강조하면서 남북 간 관계개선과 대화의 용의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발언을 위해 이 정도로 많은 분량을 할애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신년사는 “북남관계는 우리 민족 내부의 문제이므로 우리민족끼리 마주 앉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며, 외부세력에 청탁하면 불순한 목적을 추구하는 외세의 간섭을 가져올 뿐”이라는 말로 부쩍 민족 간 화합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는 “남조선에서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은 핏줄을 나눈 동족의 경사이므로 서로 도와야 한다”면서 평창 올림픽 참가의사를 시사했고, 이를 위한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북과 남은 정세를 격화시키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하며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한국정부와 국민은 일단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의사를 환영하며, 신년사에 담긴 내용들에 진심이 실려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의 전문가들은 그 동안 북한정권의 행동과 말을 토대로 이미 나름대로의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신년사가 ‘민족’과 ‘우리끼리’를 부쩍 강조하고 미국을 협박한 것에 대해서 한미동맹을 이간시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즉 한국과 미국을 갈라놓음으로써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나 군사행동 가능성을 희석시키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일한 맥락에서 신년사는 “파쇼통치와 동족대결에 매달리던 보수 정권이 무너졌다”는 등의 말로 한국 내부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으며, “진정으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원한다면 남조선의 집권 여당은 물론 각계각층 단체들과 개별적 인사들과도 접촉하겠다”는 말도 한국사회를 분열시키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년사가 “북과 남은 정세를 격화시키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한 것과 또 “미국의 핵장비들과 침략 무력을 끌어들이는 일체의 행위들을 걷어 치워야 한다”고 한 것은 한국을 부추겨 한미 연합훈련을 중지시키겠다는 의도이며, “마주앉아 관계개선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으려면 지금처럼 전쟁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 불안정한 정세가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은 북한정권이 지난 수십 년간 주장해온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위해 한국이 나서라는 부추김입니다. 한국과 미국은 미국을 한반도로부터 이탈시키는 것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한정권의 최대 목적이었음을 익히 알고 있으며, 그 이유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남북대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거론한다고 해서 그것이 핵포기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도발을 중단하겠다는 의미도 아니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자주권과 이익이 침해되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책임있는 핵강국이 되겠다”라는 말은 어떻게든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고자 하는 북한정권의 간절한 희망이 담겨져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2015년도 신년사에서 최고위급접촉과 정상회담을 하자는 등 대화공세를 펴놓고 잠수함발사미사일을 쏘고 목함지뢰 도발을 저질렀다는 사실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국제사회와 한국 국민은 북한이 대화에 나서겠다고 하는 것 그 자체, 또는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그 자체로 감명받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관을 변화시키기를 원한다면 핵포기 의사와 함께 핵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혀야 하며, 일체의 도발을 중단하고 남북상생에 진실성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대남적화 목표를 포기하지 않은 상태로 자신들의 핵무력을 고도화하면서 한미동맹을 이간시키고 연합훈련이나 중단시켜 한국의 안보장치들을 해체하겠다는 식의 발상으로는 그 누구도 감명받지 않을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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