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월 6일 오전 기습적으로 네 번째 핵실험을 강행한 후 유엔안보리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연이은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에 대해 안보리는 2006년 이래 다섯 개의 대북제재 결의를 통과시켰고 2013년 제3차 핵실험 직후 통과된 2094호에는 트리거(trigger) 조항을 포함시켰습니다. 즉,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위배하는 즉시 자동적으로 안보리가 소집되어 추가 제재를 논의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 조항에 따라 지금 안보리 이사국들은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을 작성하기 위한 막후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2006년 1차 핵실험 직후 안보리는 무기와 사치품을 금수하는 결의를 채택했고 2009년 2차 핵실험 때에는 금융제재와 의심 화물 및 선박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는 결의를 채택했습니다. 2013년 결의 2094호는 핵 미사일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모든 금융자산의 이동과 서비스를 금수대상으로 지정하고 의심 선박 및 화물에 대한 검색을 의무화하는 한편 북한 외교관들의 위법행위를 의무적으로 감시하도록 했습니다.
제4차 핵실험이 강행된 지금은 군사와 관련한 것을 넘어 모든 의심스러운 북한 자산을 동결하고 무기금수와 금융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초안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미국, 일본 등 주요 나라들의 일방적 대북제재도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서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또는 제3자 기관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포괄적이고 강력한 유엔제재를 받고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인데 새로운 안보리 결의가 채택되면 북한의 고립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북한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나라가 이란입니다. 이란도 북한처럼 핵무장을 추구해온 나라였지만 2015년 7월 14일 이란 및 이란과 협상을 해오던 서방 6개국이 최종합의에 서명함으로써 핵문제를 타결했습니다. 이 합의를 통해 이란은 모든 핵활동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면사찰을 받기로 했으며 군사시설에 대한 특별사찰, 이란 핵과학자들과의 면담조사도 수용했습니다. 18,000여 기의 원심분리기를 6,000개로 줄이고 농축우라늄의 재고도 향후 15년간 300g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으며 허용된 농축활동도 핵연료를 만드는데 필요한 수준인 3.67% 상한선을 준수하기로 했습니다. 플루토늄 생산이 용이한 중수로도 불능화하기로 했습니다.
이란은 이 합의를 충실히 이행했습니다. 11톤의 농축우라늄 재고는 300g만 남기고 모두 러시아로 보냈고, 아라크 중수로는 시멘트를 부어 봉인했으며, 12,000기의 원심분리기를 해체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과 서방세계는 2016년 1월 16일부로 미사일 관련 제재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의 제제를 해제했습니다. 이로서 이란은 1979년 이란혁명 이래 37년간 지속되었던 미국과의 적대적인 관계를 청산하게 되었고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와 본격적인 경제교류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란은 조만간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는 나라가 될 것이며, 이란 경제는 활짝 핀 봄날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경제제재 해제가 발표된 1월 16일 테헤란 거리의 시민들의 표정은 무척 밝았고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이제부터 이란 경제는 매년 8%의 성장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습니다.
물론 이란과 서방세계 사이에는 아직 미사일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서방은 2015년 이란이 두 차례에 걸쳐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 및 유엔 회원국의 관련기술 이전 및 지원을 금지한 안보리 결의 1929호(2010.6.9)를 위배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북한과 미사일 기술교류를 해온 사실에 대해 불쾌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16일 핵관련 제재를 전면 해제한 것과는 별개로 17일에는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련된 기업과 개인 11곳을 제재한다고 발표한 것은 이 때문이며 이 중에는 북한의 조선광업개발회사(KOMID)와 거래한 인사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선광업개발회사는 미사일 부품들을 거래하는 위장회사로 로켓 추진체 실험용 계측장치, 전자장치, 밸브 등 부품들을 이란에 공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쨌든 이란은 경제제재의 해제와 함께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면서 중동의 강자로 다시 부상할 기회를 잡게 되었습니다. 미사일 문제가 순조롭게 타결된다면 더욱 깊숙하게 국제사회 속으로 뛰어들게 될 것입니다. 여전히 핵무기 개발을 고집하여 더욱 깊은 고립의 골짜기로 빠져들고 있는 북한과는 무척 대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