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칼빈슨호의 한반도 해역 재진입

김태우·동국대 석좌교수
2017-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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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 태양절을 맞이하여 북한군은 평양에서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벌였습니다. 그러는 동안 막강한 항공모함 전단이 동해로 향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5일 부산항에 입항하여 동해에서 한국 해군함정들과 함께 키리졸브-독수리 연합훈련을 실시한 후 싱가폴에 들렸다가 호주를 향해 떠났던 미 해군 항모 칼빈슨호가 항로를 바꾸어 다시 한반도 해역으로 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칼빈슨호는 배수량 9만 7,000톤에 길이가 332미터에 달하는 니미츠급 항모로서 80여 대의 첨단 항공기들을 탑재하고 있으며 일곱 척의 이지스급 군함, 두 척의 로스엔젤레스급 핵추진 공격잠수함(SSBN) 등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칼빈슨 항모전단은 공중, 해상, 해저에서 막강한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떠다니는 군사기지”입니다. 미국은 이런 항모전단 10개를 운용하고 있는데, 하나 하나가 웬만한 나라와 맞먹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배수량이 10만 톤이 넘는 차세대 초대형 포드급 항모의 진수를 앞두고 있는데, 이 급의 항모들이 실전 배치되면 항모전단의 화력은 더욱 막강해질 전망입니다.

칼빈슨 항모전단이 한반도 해역으로 다시 진입하는 이유는 너무나 명백합니다. 끊임없이 미사일을 발사해온 북한이 이번에는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제6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징후들을 보였고, 4월 15일 김일성 탄생 105주년이나 4월 25일 제85주년 인민군 창건기념일에 즈음하여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감지되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년초에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대륙간탄도탄(ICBM)의 시험발사 준비가 마감단계에 이르렀다고 선언했으며, 미국과 중국이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전날인 4월 5일에는 금년들어 네 번째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무리수를 두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북핵과 관련하여 어떤 합의를 하든 우리는 우리의 갈 길을 가겠다고 큰 소리를 친 셈입니다. 북한의 이런 막무가내식 핵 및 미사일 개발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초부터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중국이 북핵을 만류하지 않으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압박도 강화해 왔습니다. 칼빈슨 항모전단의 재진입은 이렇듯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의 긴장을 여실히 대변하고 있으며,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하거나 대륙간탄도탄을 쏜다면 미국이 곧 바로 군사행동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북한의 도발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4월 6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찬을 하던 도중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부군을 응징하기 위해 시리아 공군기지에 59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여 초토화시켰으며, 4월 13일에는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내 근거지에 GBU-43 MOAB이라는 수퍼폭탄을 투하했습니다. 이 폭탄은 길이 10미터에 무게가 9.5톤에 달하며 TNT 11톤의 폭발력을 가진 대형 재래폭탄입니다. 이 폭탄이 투하되면 직경 300미터의 구덩이가 생기고 반경 1km이내는 완전히 초토화되며 반경 2.7km이내의 건물과 자동차들은 심각하게 파괴됩니다.

미국은 이 폭탄을 개조하여 지하 60m를 관통하는 MOP탄도 개발했는데, 이것은 북한의 지하벙커나 풍계리 핵실험장을 파괴하는데 적격인 무기입니다. 또한 미국은 비슷한 시기에 괌에 배치된 글로벌호크 장거리 고고도 무인정찰기를 일본의 요코다 기지로 이동 배치했습니다. 이 정찰기는 작전반경이 3,000km이며 20km 고도에서 32시간 동안 체공하면서 북한 전역을 정찰할 수 있으며, 지상의 30cm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런 조치들을 통해 북한에게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를 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항모 칼빈슨호가 미국의 3함대 소속이라는 점도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도합 여섯 개의 함대를 운용하는데, 2함대는 동대서양, 3함대는 동태평양, 4함대는 남미 대륙 해역, 5함대는 인도양, 6함대는 동대서양 그리고 7함대는 서태평양을 관할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7함대 하나만으로 극동에서 남중국해까지 커버할 수 있었으나 중국이 해군력을 키우고 북한이 말썽을 부리는 상황이 되자, 이번에 3함대에 속한 칼빈슨 항모전단을 동해에 보냄으로써 여차하면 3함대까지 동아시아 사태에 투입할 채비를 갖추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공은 북한의 코트로 넘어 갔습니다. 지금 북한은 기로에 서 있습니다. 지금까지 위기가 올 때마다 정면돌파를 통한 벼랑끝 전술을 구사했던 북한이지만, 칼빈슨 항모전단이 동해에 전개되고 미국의 구축함들이 북한내 목표물들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들을 탑재한 채 불과 수백 km 거리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미국이 경고하고 있는 핵실험이나 ICBM 발사를 강행할지 긍금합니다. 북한이 그런 선택을 한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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