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북한의 일곱 번째 미사일 발사

김태우·동국대 석좌교수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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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 북한이 금년들어 일곱 번째로 미사일을 쏘았습니다. 14일 평안북도 구성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수직에 가까운 고각으로 발사되어 최고 고도 2,111km와 비행거리 787km를 기록한 뒤 동해로 추락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이 30~45도의 정상 각도로 발사되었다면 최대 5,000km의 비행거리를 나타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3월 18일 동창리 서해발사장에서 추진력 80톤으로 예상되는 액체연료 미사일 엔진의 지상분출시험을 실시했는데, 전문가들은 이번 미사일에 이 신형 엔진이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발사 직후 북한의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호의 시험발사를 현장에서 관람하면서 미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우리의 타격권 안에 들어 있으며 미국이 섣불리 건드린다면 사상 최대의 재앙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엔진 여러 개를 묶어서 하나의 미사일로 사용하면 미국의 서부는 물론 동부까지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ICBM)이 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북한은 현 시점에서 또 다시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미국, 중국, 한국 등 관련국들을 시험대 위로 밀어 넣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북한이 대륙간탄도탄급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재개하면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경고해왔고 4월 26일에는 최대의 압박을 가하되 군사적 행동은 물론 북한과의 협상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발사를 통해 미국의 이런 의지를 시험하고 있습니다. 미사일 사거리 5,000 km는 미국이 금지선으로 제시한 대륙간탄도탄 수준에 살짝 못 미치는 중거리탄도탄(IRBM)을 의미하는데, 말하자면 미국에게 군사행동의 빌미를 주지 않으면서도 최대한의 사거리와 출력을 가진 미사일을 시험하는 도박을 벌인 것입니다.

중국의 인내심도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북핵 제재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에 대해 북한은 노골적으로 중국을 비난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5월 3일 조선중앙통신은 중국의 제재와 압박으로 북중관계가 붉은 선, 즉 인내의 한계선을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하고, 중국의 대북제재를 “미국의 장단에 놀아나는 행위”로 비꼬면서 “양국 친선이 아무리 소중해도 목숨과 같은 핵과 맞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엄포까지 놓았습니다. 게다가 5월 14일은 중국의 최대 외교이벤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의 개막일이었습니다. 북한이 중국의 외교행사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6년 9월 항조우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도중에 북한은 3발의 미사일을 쏘았고, 2017년 3월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열리는 동안에도 4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을 발사한 날은 한국에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5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을 포함한 남북 간 문제들을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해결하기를 원한다고 공언한 지도자입니다. 이런 정부의 출범에 대해 북한은 미사일 발사라는 무례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대답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 비공개 대화를 해왔다는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8일 오슬로에서는 미국의 국무부 출신 민간 전문가들과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이 비공개 대화를 가졌는데, 미국과 북한은 작년 10월에 쿠알라룸푸르에서 그리고 11월에는 제네바에서 비공개 접촉을 가진 바가 있습니다. 쿠알라룸푸르에서는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가 그리고 제네바에서는 최선희 국장과 로버트 아인흔 브루킹스연구원 수석연구원이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인질외교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나라들이라면 자국민의 안위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당연한데, 북한은 이를 약점으로 보고 악용하는 것입니다. 지난 5월 6일 미국 국적의 김학송 씨가 북한 방문 후 출국 직전에 ‘적대행위’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북한은 3월 31일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된 후 북한내 말레이시아 국민들을 인질로 잡고 협상을 벌려 김정남의 시신과 함께 말레이시아가 용의자로 지목한 북한인들의 출국을 허용받았습니다. 2009년 8월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이 억류 중이던 2명의 미국인 여기자를 석방시키기 위해 방북했고, 2010년 8월에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미국인 곰즈 씨의 석방을 위해 그리고 같은 해 2010년 10월에는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가 미국인 인질의 석방을 위해 평양에 들어갔습니다. 2014년 11월에는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이 미국인 두 명을 석방시키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했습니다. 이렇듯 북한은 필요할 때마다 인질외교를 통해 미국의 고위급 특사가 평양에 오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속내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미사일 발사와 함께 상용수법인 인질외교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를 열되 비핵화를 수용하기보다는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아 보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평양정권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은 핵실험, 미사일 발사, 인질외교 등을 통해 관련국들의 인내력을 시험하고 있지만, 정작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것은 북한 스스로의 운명입니다. 북한은 스스로를 불패의 핵보유국임을 선언하고 있지만, 지구상에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해 줄 나라는 없습니다. 북한의 무모한 핵·미사일 게임은 스스로를 더욱 심한 고립과 궁핍 속으로 몰아넣을 뿐입니다. 북한은 지금 스스로의 운명을 걸고 위험한 게임을 강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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