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안보리결의 2371호와 북한의 벼랑끝 핵외교

김태우·동국대 석좌교수
2017-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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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7월 동안 두 차례나 대륙간탄도탄(ICBM)급 미사일을 발사한데 대해 국제사회가 채찍을 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8월 2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 그리고 러시아를 제재하는 종합제재법에 서명했고, 8월 5일 유엔 안보리는 2006년 이래 아홉번 째 대북제재인 결의 2371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결의 2371호의 주된 내용은 종전의 2270호와 2321호를 보완하는 것입니다. 2016년 3월 2일, 그러니까 북한의 제4차 핵실험 후 채택된 결의 2270호는 북한의 대외교역,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수출입, 금융 및 재정 등 광범위한 분야에 대해 제재조치를 발동했고, 처음으로 석탄을 포함한 주요 광물의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민생을 목적으로 하는 수출은 허용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었고, 북한은 이 단서를 이용하여 석탄 수출을 계속했습니다. 북한의 제5차 핵실험 직후인 2016년 11월 30일 채택된 결의 2321호는 북한의 연 석탄 수출액을 4억 달러 또는 750만 톤으로 제한하고 구리, 은, 아연, 닉켈 등 4대 광물을 수출금지 품목에 추가했습니다. 이 결의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북한의 주요 외화가득원인 석탄 수출은 40%가 감소하여 연7억 달러의 외화손실이 발생하고 여타 광물 수출도 1억 달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이렇듯 핵개발로 인하여 북한 주민이 겪는 고통과 불편은 가중되었지만, 북한정권은 안보리가 금지하지 않은 석유를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공급받아 생존하면서 핵 및 미사일 개발을 계속해왔습니다.

이번에 채택된 안보리결의 2371호는 석탄, 철광석, 납, 연광석 등의 주요 광물과 해산물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역시 북한정권의 외화가득원인 해외노동자 숫자를 동결하는 조치를 포함시켰으며, 조선무역은행을 자산동결 대상으로 지정하고 ‘만수대 해외프로젝트 그룹’의 활동도 금지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일단 무역에서 북한의 연 수출액은 약 30억 달러에서 20억 달러 미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유엔회원국들이 북한의 노동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 등을 제한함으로써 해외 노동자 숫자도 감소하여 외화벌이가 타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만수대 해외프로젝트’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동상을 제작해 주고 외화를 버는 활동인데, 앞으로는 이런 활동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수출 금지 조항은 채택일인 8월 5일을 기준으로 30일 후부터 공식 발동되며, 유엔 회원국들은 90일 이내에 이행보고서를 제출하게 되어 있습니다. 안보리가 결의안 2371호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북한에게 제공되는 모든 석유를 전면 차단하기를 원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앞으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속한다면 중국이 언제까지 북한을 보호해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유엔안보리의 새로운 대북제재 채택 이후 북한과 미국 간에는 일촉즉발의 설전이 전개되었습니다. 8월 6일 평양 정권은 “미국이 핵 방망이와 제재 몽둥이로 감히 우리를 건드리면 미 본토는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고, 이에 대해 8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맞받아쳤습니다. 8월 9일에는 김락겸 북한 전략군 사령관이 “화성 12호 미사일로 괌을 포위 사격하는 작전을 검토 중이며, 김정은 동지의 결단이 있으면 동시 다발적, 연발적으로 실행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용할 무기까지 밝히면서 미국 영토와 영해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위협한 것입니다. 화성-12호란 북한이 지난 5월 14일 발사한 미사일로 최고 고도 2,111km와 비행거리 787km를 기록했는데, 당시 전문가들은 정상 각도로 발사되었다면 최대 5,000km의 비행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자 같은 날 미국의 메티스 국방장관은 ”북한정권의 종말과 주민의 파멸을 자초하는 행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8월 11일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이 괌을 공격하면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일이 일어날 것이며 북한은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이어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해법이 준비되어 장전이 완료된 상태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실제로 괌을 공격한다면 미국이 군사적 응징을 가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기에, 미북 간에는 마치 전쟁 전야와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8월 15일 북한은 “미국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말로 한발 물러섰고, 8월 17일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이 현명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면 대재앙이 있었을 것”이라며 긴장을 늦추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이 정도의 협박적인 언행을 보인 데에는 8월 8일 폐막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외교적 고립을 재확인한 것도 한 이유였을 것입니다. 이 회의에서 아세안(ASEAN) 10개국은 리용호 외무상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이 개최지인 마닐라에 도착하기 전에 북한의 ICBM 발사를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거부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정말로 안보리 제재와 깊어지는 고립에 악이 받쳐 미국을 상대로 핵전쟁이라도 할 생각이었을까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괌을 위협하면서 미국과의 긴장을 높인 행위를 ‘벼랑끝 외교’라고 부릅니다. 전략적 용어로는 ‘rationality of irrationality’라고 합니다. 미친 척 하는 것이 가장 안 미친 것이라는 뜻입니다. 즉, 북한이 미국과 전쟁을 불사할 듯 미친 척을 하면서 양보를 얻어내는 게임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정책결정자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최강국 미국과 전쟁을 하면 결과가 어떠하리라는 것을 알 것이기 때문에, 늘 미국의 군사행동을 촉발하지 않는 선까지 긴장을 높이다가 멈추는 것입니다. 이런 게임을 통해 북한은 미 본토와 괌에 대한 핵공격을 위협하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자 하며, 미국 여론을 움직여 미국의 동맹 정책을 흔들고 한미동맹을 이완시키려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이러한 속내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계산이 통할 리는 만무합니다. 위험한 핵게임은 스스로의 고립과 주민의 파멸을 재촉할 뿐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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