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분쟁으로 몸살 앓는 지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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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일. 이슬람국가(IS)라고 불리는 이슬람 무장세력이 또 다시 끔찍한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전 세계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된 이 테이프는 스티븐 소트로프 (Steven Sotloff)라는 31세의 미국인 기자가 참수당하는 모습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 단체는 2주 전에도 미국을 비난하면서 폴리(Foley)라는 미국인 기자를 참수하는 장면을 공개했었습니다. ISIS는 이슬람 근본주의를 신봉하는 수니파 무장세력으로 극단적인 반서방 및 반미 성향을 표방하고 있으며, 현재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일부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들은 이라크 정부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미국은 첫 번째 참수 이후 전투기와 무인기를 동원하여 이들의 근거지를 공습했는데, 이번 참수는 이에 대한 보복이었습니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무장충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자 지구를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하마스(Hamas)와 이스라엘군은 지난 50일 동안 치열한 공방전을 주고 받은 후 정전에 합의했지만, 이 정전은 당장이라도 깨질 수 있을 만큼 취약합니다. 이 과정에서 쌍방이 많은 사상자를 냈으며, 특히 팔레스타인 쪽에서는 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도 매우 유동적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소련에 편입되었지만 소련 연방의 해체와 함께 독립하여 친서방적인 정책을 펼쳐왔습니다만, 유럽정서를 가진 서부지역과 러시아 정서가 강한 동부지역이 대립하는 양상을 보여 왔습니다. 현재는 친러시아 성향의 동부 무장세력이 분리독립을 주장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맞서 싸우고 있으며, 러시아군이 이들 반군을 지원하고 있음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이들 반군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지난 5월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리미아 반도를 합병한 이후 크게 고무되어 있으며, 전투가 진행 중인 동부 우크라이나 지방에서는 이미 많은 도시들이 파괴되고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곳곳에서 분쟁이 일어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세계 지도자들의 발걸음도 한결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정착을 논의하기 위해 9월 4일 페레스 전 이스라엘 수상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으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양측의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에서는 두 명의 기자가 무참한 죽음을 당한데 대한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이 “살륙자들을 찾아내기 위해 지옥문까지도 쫓아가겠다”고 천명하는 가운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야만적인 살인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로쉥코(Poroshenko)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잠정적 정전에 합의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팽창주의적 대외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서방국가들과 우크라이나 국민의 대러시아 불신이 팽배한 상태입니다. 때문에 이번의 정전합의가 평화를 가져올지는 매우 의문스럽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즉 NATO의 움직임도 분주합니다. 9월 4일부터 에스토니아에서는 28개국 나토 회원국의 대통령들이 모여서 정상회담을 열고 있습니다. 이번 NATO 정상회담의 2대 의제는 당연히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서방의 대응과 우크라이나 사태의 해결입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는 4,000명 규모의 신속투입군을 창설하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나토는 지난 2004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13,000명 규모의 신속대응군을 창설했지만, 소집에 한 달이나 걸리고 실제로 소집된 적도 한번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48시간내 즉각 출동이 가능한 신속투입군을 추가로 창설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중입니다. 이는 당연히 우크라이나, 폴란드, 발틱 3국 등 러시아와 인접한 유럽국가들을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사실 소련 연방이 해체된 후 유럽은 평화로운 세월을 보냈지만, 푸틴 대통령이 권좌에 복귀하면서 러시아가 과거의 초강대국 지위를 회복하기 위한 행보들을 보이고 있어서 나토와 러시아 간에 신냉전 기류가 조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듯 요즘 지구촌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분쟁들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부디,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하루 속히 분쟁들이 해결되어 평화로운 지구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남북한을 합쳐 도합 180만 대군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 역시 중요한 분쟁 가능지역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국제사회는 특히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는 북한이 위험한 군사행보를 중단하고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번영을 추구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지난 9월 8일은 중추절이었습니다. 한국이나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수확의 기쁨을 나누고 조상들을 추모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북한에게도 풍성한 추석이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