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반복하면서 동맹 차원에서의 대응책을 강구하는 한미 양국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는데, 그 중 주목해야 할 한 가지는 위기시마다 미국의 주요 전략자산들이 한반도에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금년 1월 6일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이어서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국은 2월 13일부터 미 해군의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함을 동해로 보내 한국 해군의 잠수함들과 연합 잠수함훈련을 전개했는데, 이 잠수함은 연습을 마치고 2월 16일 부산항에 입항했습니다.
다음날인 2월 17일 미국은 F-22 랩터 전투기 4대를 한국의 오산 공군기지에 전개했고, 주한 미 7공군 사령관은 “한미동맹의 위력과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하고자 하는 결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2013년 2월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직후에도 B-52 전략폭격기를 한국에 보냈습니다. 북한의 제5차 핵실험 직후에는 B-1B 랜서 전략폭격기를 한국에 전개한데 더하여, 10월 중순에는 한국의 서해와 남해에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를 파견하여 한국 해군과 함께 대규모 해상훈련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이렇듯 미국은 북한이 주요 도발을 할 때마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전략자산들을 한반도에 전개시켜 동맹의 건강성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도발시 미국이 한국에 대한 핵우산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한반도에 전개할 수 있는 전략무기로는 핵추진 항공모함, 핵추진 공격잠수함, 장거리 전략폭격기, 스텔스 전투기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일본 요코스카 기지를 모항으로 하는 미 7함대 소속 핵항모 로날드 레이건호는 2015년 10월에도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하여 한국 해군의 관함식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이 항모는 배수량이 10만2천 톤으로 길이가 333m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항모입니다. 이 항모는 핵공격을 가할 수 있는 슈퍼호넷(F/A-18)을 비롯한 80여 대의 항공기를 탑재하고 있으며 승조원이 5천 400명에 달합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핵추진 잠수함도 공포의 대상입니다.
2015년 6월에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했던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은 배수량 1만8천 톤의 대형 공격잠수함으로 길이가 170m에 달하며 지금까지 총 18척이 건조되었습니다. 냉전시절 동안 이 잠수함은 24개의 수직발사대에 10개의 다탄두 트라이던트-2 핵탄두들을 장착한 대형 미사일 24기를 탑재하고 있었는데, 사정거리 11,300km로 세계 어느 곳이든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이었습니다. 핵탄두 하나의 위력은 100kt이상으로서 잠수함 한 척이 도합 24메가톤의 파괴력을 보유한 것인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모든 국가들이 사용한 화력의 8배에 달합니다.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의 일부는 핵군축조약에 따라 핵무기를 제거하고 대신 150기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는데, 이 미사일은 1천600km 떨어진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는 명중률을 자랑하는 잠대지 무기입니다.
이후 미국은 조금 더 작고 기동성이 뛰어난 7000톤급 로스엔젤레스급 핵잠수함들을 60여 척 건조하여 사용해왔으며, 최근에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약 8000톤급 버지니아급 핵잠수함들을 건조하고 있는데 현재 미 해군이 운용하는 핵잠수함 중에서 가장 최신형 잠수함입니다. 금년 초 부산항에 들어온 버지이나급 노스캐롤라이나함은 배수량 7800톤으로 길이는 115m이며 승조원은 130명입니다. 토마호크 미사일과 어뢰를 장착한 전형적인 공격용 잠수함이며 핵추진이기 때문에 작전반경은 사실상 무제한입니다. 즉, 40,000마력의 출력의 SG-9 원자로를 탑재하여 잠수함의 운용기간인 30년간 연료를 교체할 필요가 없습니다.
유사시 전개될 전략폭격기로는 B-52, B-1, B-2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하늘의 요새’라는 별명을 가진 B-52는 8개의 엔진을 탑재하고 2만 km의 항속거리를 가진 전략폭격기로 괌에서 이륙하여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4~6시간 만에 한반도에 날아올 수 있습니다. 총 중량은 221톤이며 최대 무기탑재량은 31톤입니다. 여기에는 북한이 도발하면 북한의 지휘부를 타격하고 지하 군사시설들을 파괴하는 벙커버스타를 비롯하여 각종 공대지 순항미사일이 포함되며, 비상시에는 핵무기를 탑재하게 되어 있습니다. B-52에 탑재되는 핵무기인 AGM-69 공대지 미사일은 사정거리 200km로서 위력은 170kt으로서 히로시마 원폭의 10배가 넘습니다.
2016년 9월 13일, 그러니까 북한이 제5차 핵실험을 실시한 후 5일째 되던 날 미국은 두 대의 B-1B 전략폭격기를 괌 기지에서 한반도로 전개했으며, 9월 21일에도 두 대의 B-1폭격기가 한반도의 군사분계선 상공에 전개되었고, 그 중 한 대는 수원 공군기지에 착륙했습니다. 직후에 토머스 버거슨 미 7공군 사령관은 “오늘 보여준 B-1 폭격기는 북한의 공격적인 행동에 대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옵션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고, 빈센트 블룩스 한미연합사 사령관은 “지역의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한 미국의 결의를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B-1B 랜서는 미 공군이 보유한 최신예 초음속 전략폭격기로 B-52를 대체하기 위해 생산되었습니다. 음속 1.2배의 속도에 전투반경이 5,500km이며 폭탄장착량은 60톤에 달합니다. 24기의 B-61 및 B-83 핵폭탄을 적재할 수 있으며, 한반도 유사시 핵미사일을 포함한 각종 정밀 유도무기들을 탑재하고 두 시간 반 만에 날아올 수 있습니다.
B-1 폭격기는 1998년 제2차 걸프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시리아 등에 투입되어 맹위를 떨쳤습니다. 미국은 스텔스 기능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전략폭격기인 B-2도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 폭격기는 항속거리 11,000km에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순항하여 적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고 침투하여 정밀공격을 할 수 있는데, 1999년 코소보전쟁, 2001년 대테러 전쟁 등에 참가했으며, 이라크 사담 후세인의 추종세력을 제거하는데 맹활약을 했습니다. 리비아 공습작전에서는 지구의 절반인 8300km를 날아가 카다피의 전략목표물들을 강타하여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리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무서운 전투기로 불리는 F-22 랩터는 단연 세계 최강입니다. 적의 레이더 추적을 피하는 스텔스 기능과 정밀타격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최신예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장착하여 250km 떨어진 직경 1m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습니다. 능동위상배열 레이더는 2018년부터 한국공군에 도입될 F-35전투기에도 장착됩니다. 이런 전투기는 조기경보 능력, 레이더 회피 능력, 정밀타격 능력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사시 단독비행으로도 원하는 목표물에 접근하여 타격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이렇듯 미 전략무기들의 한반도 전개는 북한이 핵전쟁을 도발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가를 똑똑히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