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남북한의 추석 풍경

김태우·동국대 석좌교수
201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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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시민들이 바쁘게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습니다. 추석은 10월 4일이었지만 정부가 국민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월요일인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함에 따라 9월 30일 토요일에서 10월 9일 한글날까지 장장 열흘 간의 연휴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추석은 온 가족이 조상님을 모시고 고향집에 모여 정담을 나누는 민족 최대의 명절로서 미국의 추수감사절에 해당합니다. 추석이 되면 모든 도로와 철도 그리고 항공편이 귀성객과 귀경객으로 붐빕니다. 올해도 예외없이 민족의 대이동이 있었지만 연휴기간이 길어서 극심한 교통체증은 없었습니다. 올해도 각 가정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여인들이 제사상을 차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고궁들은 예쁜 한복을 입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외국인들은 경복궁, 전주 한옥마을, 문화유적지 등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의 추석 풍경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가난했던 1960년대에는 추석이 되면 서울역 광장은 열차표를 구하려는 수만 명의 귀성객들로 만원을 이루었고, 사고를 막기 위해 기동경찰이 동원되어 장내정리를 해야 했습니다. 다른 기차역이나 고속버스터미널들도 마찬가지였으며, 삼륜차나 오토바이로 성묘객을 나르는 모습도 흔했습니다. 귀성객들이 서울로 돌아올 무렵이면 다시 한번 북새통이 재현되었습니다. 당시는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이어서, 새벽 0시 이후에 서울에 도착한 귀경객들은 야간통행증을 발급받아 집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경제성장 이후 이런 모습들은 많이 사라졌는데, 연휴기간이 길었던 올해는 특히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한국의 자동차 숫자가 2,200만 대를 넘었지만, 많은 도로들이 건설된 덕분에 과거와 같은 교통체증은 없었고, 많은 사람들이 성묘와 제사를 마친 후 여행을 떠났습니다. 국내여행의 행선지도 매우 다양했습니다. 휴식과 힐링을 위해 가족단위로 바닷가나 명승지를 찾은 사람들,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이나 문학관을 찾아 예술체험을 즐긴 사람들, 골프여행을 떠난 사람들, 동계올림픽이 열릴 평창을 찾은 사람들 등 다양한 형태로 추석을 보냈습니다. 해외여행을 택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한국관광공사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연휴 동안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206만 명이었습니다. 연휴 동안 인천공항은 매일 19만 명의 출국자와 귀국자들로 북새통을 이루었습니다. 연휴가 막바지에 이른 지난 10월 8일 하루에 11만 5천 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는데, 이는 개항이래 최대 숫자였습니다. 연휴 동안 여객기가 운항된 횟수도 4천 여 회나 되는데, 매 1분마다 비행기가 이륙한 셈입니다. 사실, 그 동안 경제성장과 함께 한국인들의 해외여행은 급속도로 증가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금년 8월말까지 해외여행 다녀온 사람의 누적 숫자는 1,740만 명이고 12월 말까지 2천 6백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는 숫자입니다. 해외에서 돈을 쓰는 씀씀이도 커졌습니다. 2016년 한해 동안 한국 국민이 해외여행에서 지출한 비용은 231억2천만 달러로서 북한의 연 무역액의 세 배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북한의 추석 풍경도 일단은 비슷합니다. 가족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며 놀이공원에 가기도 합니다. 추석음식은 송편, 부침개, 녹두전, 팥전, 찰떡, 고사리채, 콩나물, 밤, 대추 등으로 한국과 비슷합니다. 최근에는 북한에서도 돌아가신 분을 매장하기보다는 화장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어 유골보관소도 방문객들로 붐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북한에서의 추석의 의미는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북한에는 10대 국가명절과 5대 민속명절이 있습니다. 10대 국가명절에는 4월 15일 김일성 생일, 2월 16일 김정일 생일, 10월 10일 노동당창건일, 4월 25일 인민군 창건일, 9월 9일 정권창건일 등이 있는데, 모두가 북한 정권 및 사회주의 발전과 관련한 날들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일인 1월 8일도 조만간 새로운 국가명절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5대 민속명절에는 1월 1일 양력설, 음력 1월 1일 음력설,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 음력 5월5일 단오, 음력 8월 15일 추석 등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1960년대 말까지 민속명절을 인정하지 않았고, 1988년이 되어서야 추석을 한가위로 부르고 민속명절로 지정했습니다. 대신 북한은 김정일의 생일이 있는 2월에서 김일성의 생일이 있는 4월까지를 축제기간으로 정하고 축하행사들을 벌이는데, 이 기간동안 벌어지는 예술 공연, 체육행사, 토론회, 전시회 등은 정권에 충성을 다짐하는 내용으로 채워집니다.

북한에서의 민속명절은 국가명절에 밀려 큰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으며, 하루 쉬는 날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추석당일 앞뒤로 하루씩 더해 3일을 쉬는 한국과는 많이 다릅니다. 이동이 자유롭지 않고 교통수단이나 도로사정이 좋지 않은 북한에서는 추석 명절이라고 해서 한국과 같은 민족 대이동이 벌어지지는 않으며, 경제사정이 여유롭지 못하여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고, 대신 윷놀이, 제기차기, 그네타기 등 전통놀이를 즐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석이 되면 당 간부들은 항일운동가들이 묻혀 있는 평양 대성산 혁명열사릉과 북한 정부의 공훈 인사들이 묻혀 있는 평양 신미리 애국열사릉, 전국 각지의 인민군 열사릉 등에 참배하며, 고위급 간부들은 김일성 주석의 조부와 부모의 묘에 참배하기도 합니다. 분단이전까지 추석은 모두가 함께 지내던 민족적 명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의 분단과 남북 간의 사상 및 체제의 차이 그리고 경제발전의 차이 등으로 추석의 의미와 풍경은 상당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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