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프랑스 참전용사 한국에서 영면하다

김태우·동국대 석좌교수
201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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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대한민국을 지켜주기 위해 6.25 전쟁에 참전했던 프랑스 용사의 유해가 강원도 철원 민통선 지역에 안장되었습니다. 주인공인 고(故) 장 르우(Jean Le Houx) 씨는 19세이던 1951년 12월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하여 지평리 전투, 화살머리 고지 전투 등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그는 두 차례 부상을 입으면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싸운 공로로 1956년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수훈했습니다. 그는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직후에 전역했으며, 프랑스 자동차 제조사인 시트로엥사에서 근무했습니다. 장 르우 씨는 2007년 한국 정부가 유엔군 참전 용사들을 초청하는 행사시에 한국에 와서 전쟁의 폐허에서 기적처럼 발전한 대한민국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아 "동료 전우들과 피 흘리며 싸웠던 전적지에 유해를 뿌려달라"는 유언을 프랑스 참전용사협회에 전달한 바가 있습니다. 그는 2016년 12월 84세를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프랑스 참전용사협회는 고인의 유언을 잊지 않았습니다. 동 협회는 고인의 뜻을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을 통해 한국에 전달했고, 한국 국방부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한국정부는 결코 유엔군 참전용사들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한국 정부와 대한민국재향군인회는 2008년에도 한국을 방문한 120여 명의 프랑스 참전용사 일행을 맞아 성대한 환영행사를 거행한 적이 있습니다만, 이번에도 고인이 되어 돌아온 장 르우 씨에 대해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어 유해봉환식을 거행했습니다. 장 르우 씨의 유해가 도착한 11월 1일 인천국제공항에는 피우진 국가보훈처장과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대사가 고인을 맞아들였으며, 이번에도 재향군인회는 고인의 안장식에 참석하기 위해 함께 방한한 프랑스 한국전 참전협회 회장단을 극진하게 맞아들이고 패트릭 보드엥(Patrick Beaudouin) 회장에게 공로휘장을 수여했습니다. 장 르우 씨의 유해는 대한민국 국가보훈처 관계자들과 프랑스 참전협회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근조 화환이 헌화된 가운데 자신이 싸웠던 화살머리고지 지역의 한국군 5사단 지역내 프랑스 참전기념비 앞에 영면했습니다. 현재 부산 유엔기념공원에는 본국에 이송되지 않은 유엔군 전사자 2,300여 명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지만,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본인들의 유언에 따라 사후에 한국에 안장된 6명의 미군, 프랑스군, 네덜란드군 용사들도 안장되어 있습니다. 유엔 참전 용사의 유해가 부산 유엔기념공원이 아닌 국내 전적지에 안장된 것은 장 르우 씨가 처음입니다.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서방세계가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렸는지를 보여준 역사적 사건입니다. 이 전쟁에는 한국군 이외에도 48만 명의 미군, 5만 6천 명의 영국군, 2만 6천 명의 캐나다군, 1만 5천 명의 터키군, 8,400 명의 호주군 등 16개 나라의 군대가 유엔군의 일원으로 공산군과 싸웠습니다. 이 전쟁에서 유엔군은 전사자 5만 8천 명, 부상자 48만 명에 실종자까지 더하여 도합 54만 6천 명이라는 엄청난 희생자를 내면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주었습니다. 프랑스도 이 전쟁에 구축함 한 척과 3,421명의 지상군을 파병했습니다. 이들이 바로 유엔군 프랑스 대대였습니다. 프랑스 대대는 미군 2사단 예하 23연대에 배속되어 지평리 전투, 단장의 능선 전투, 화살머리 고지 전투 등 수많은 전투에 투입되었고, 이 과정에서 전사자 287명과 부상자 및 실종자를 포함한 총 1,289명의 인명 손실을 입었습니다. 1951년 1월에 치러진 지평리 전투는 고립된 미 2사단 23연대와 프랑스 대대가 3일간 계속된 중국군의 포위 공격을 저지하여 유엔군을 동서로 분리하려는 중국군의 계획을 무산시킨 격전 중의 격전이었습니다. 유엔군은 1952년 7월 철원 서쪽 화살머리 고지 전투에서도 인해전술을 앞세운 중국군의 파상공세를 막아냈습니다. 장 르우 씨의 마지막 소원도 화살머리 고지 전투에서 산화한 전우들과 함께 영면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와 한국국민은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주기 위해 헌신한 유엔군 용사들을 결코 잊지 않으며, 전쟁에서 희생된 프랑스군 용사들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장 르우 씨의 유해가 운송되기 전인 지난 10월에도 프랑스 파리에서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참전의 의의를 되새기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프랑스군 42명이 전사한 단장의 능선 전투를 기억하는 추모행사와 미술전시회, 사진전 등이 ‘한국의 메아리'라는 문화교류단체의 주관으로 열렸으며, 파리 개선문 앞에서는 단장(斷腸)의 능선 전투 기념식도 개최되었습니다. '단장의 능선'(Heart Break Ridge line)이라는 이름은 한국전쟁 당시 전투 중에 부상당한 병사들이 가슴이 찢어질 듯 고통스러워하던 모습을 본 AP 종군 기자가 붙인 것입니다. 파리 시내 마들렌 대성당에서도 한불 친선콘서트가 프랑스군 의장대 합창단이 참여한 가운데 성대하게 거행되었습니다. 이날 프랑스 한국전참전용사협회 파트릭 보두앵 회장에게는 한반도 모양의 크리스탈 감사패가 전달되었습니다. 감사패에는 '한국은 당신들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38선 위로 비둘기가 날아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프랑스군 287명의 이름을 새긴 명부도 참전용사협회에 전달되었습니다. 이렇듯 6.25 전쟁에서 희생된 유엔군은 영원히 한국인의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1989년 경기도 수원시에 세워진 프랑스군 한국전쟁 참전기념비에는 “세계 평화와 한국의 자유를 위해 몸 바친 나폴레옹의 후예들에게 영세 무궁토록 영광있으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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