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퇴역함정 함상공원으로 변신하다

김태우·동국대 석좌교수
2017.12.13

지난 11월 22일 서울의 한강변 망원공원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해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함상공원 개장식이 거행되었습니다. 퇴역하는 해군 함정을 한강에 정박시켜 시민들이 방문할 수 있는 수상공원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번에 수상공원으로 탈바꿈한 함정은 1,900톤급의 ‘서울함’을 비롯하여 150톤급 고속정 ‘참수리호’와 180톤급 잠수정 '돌고래' 등 모두 세 척입니다. 모두가 수십년 간 영해를 지키는 임무를 완수하고 퇴역한 군함들입니다. 서울함 수상공원이 조성된 망원한강공원 일대는 조선시대 수로 교통의 중심이었던 양화진 근처로, 수도 한양을 방어하는 군사적 요충지였습니다. 이 유서깊은 지역에 서울시가 해군으로부터 무상으로 대여받은 퇴역 함정 3척으로 함상공원을 조성한 것이며, 누구나 편하게 방문하여 군함 내부를 둘러볼 수 있도록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보존한 상태로 일반에게 공개되었습니다.

서울함은 한국이 자체 건조하여 1981년부터 취역시킨 울산급 호위함으로서 이 급의 함정은 모두 아홉 척이 건조되었습니다. 서울함은 길이 102m와 폭 11.6m를 가진 호위함으로서 1984년 취역하여 2015년 퇴역하기까지 30년간 수도권 서쪽 해역을 방어하는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서울함은 최고속도 34노트에 76mm 함포 2문, 30mm 쌍열포 4문, 40mm기관포 3문, K6 중기관총 1문, 대함 미사일 하푼, 대공미사일 미스트랄, 청상어 어뢰 등으로 무장하고 서해를 누빈 해군함정이었습니다. 청상어(K-745)는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ADD)와 LIG넥스원이 개발한 경어뢰로 2005년부터 실전 배치되었는데, 이 어뢰는 음파탐지를 통해 시속 45노트의 속도 목표물을 찾아가서 1.5m의 철판을 타격 파괴하는 공포의 무기이며, 헬기에서도 운용될 수 있습니다. 서울함은 1990년 미국, 영국, 일본 등이 참가하는 '환태평양 훈련'에서 한국 해군 최초로 '탑건'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던 함정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차기 호위함인 인천급과 대구급이 건조되고 있어 울산급 함정들은 조만간 모두 퇴역할 예정입니다. 더 일찍 퇴역한 울산급 1번함인 울산함은 이미 울산광역시에 제공되어 박물관으로 변신하여 장생포에 전시되고 있으며, 이번에 서울함은 서울특별시에 제공되어 수상공원으로 탈바꿈했으며, 시간이 지나면 다른 울산급 함정들도 지방자치단체들에게 제공되어 재활용될 예정입니다. 이렇듯 함정이란 함포, 미사일, 어뢰 등을 탑재하고 바다를 누비는 무시무시한 무기체계이지만, 퇴역하면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재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퇴역한 함정이 그냥 버려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2008년 6월에는 퇴역한 해군함정을 인공어초로 재활용한 적도 있습니다. 당시 경북 울진군이 3,800톤급 함정 '숙영정’함을 해군 군수사령부로부터 인수받아 다양한 구조물과 어초를 설치하는 작업을 거쳐 평해읍 앞 수심 30미터 바다에 투하하여 일대를 바다목장을 만든 것입니다. 이후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면서 이 일대는 스쿠버다이버와 낚시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퇴역 함정은 군사외교에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군은 그 동안 미군이 제공하는 무기들을 많이 사용해왔지만, 이제는 양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한국해군이 창설이래 지금까지 미 해군으로부터 인수받아 사용한 함정은 약 80척에 이르지만, 한국이 조선강국으로 부상함에 따라 이제는 4,500톤급 구축함, 8000톤급 이지스함, 1800톤급 잠수함 등을 자체 건조하게 되었고, 2016년 12월 31일부로 미국 함정을 개조한 구조함인 평택함이 퇴역함으로써 이제는 100% 국산 함정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퇴역 함정을 우방국들에게 제공하여 재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1990년대부터 퇴역하는 고속정들을 필리핀에 제공했고, 2012년에서 2013년에는 1200톤 포항급 초계함 2척을 콜롬비아에 제공했으며, 2014년에는 포항급 초계함인 김천함을 베트남 해군에게 제공하여 재사용하도록 했습니다. 캄보디아에게는 메콩강의 치안 유지를 위해 퇴역 함정을 제공하는데 더하여 군용차량, 전술차량, 포클레인 등 중고 전투지원 장비들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중고무기를 제공받은 페루는 2012년 한국산 KT-1 훈련기 20대를 수입했고, 필리핀은 2013년 한국산 FA-50 경공격기 12대의 도입을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퇴역한 한국의 함정들은 인공수초, 해상공원, 안보체험 공간, 우방국과의 군사교류 수단 등 다방면으로 재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이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바뀌면서 가능해진 일들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