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대중운동의 경험과 만리마운동

김현아·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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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은 행동에 장애가 된다.” 유명한 사상가인 에릭 호퍼가 대중운동을 분석하면서 언급한 말입니다. 그에 의하면 대중운동이 성공하자면 미래에 대한 부푼 믿음을 가져야 하며 그 과정에 겪게 되는 어려움은 전혀 알지 못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대중운동을 경험한 사람들이 다시 이 운동에 빠져들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했습니다.

북한에서 올해 말 만리마선구자대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북한지도부는 대회를 맞으며 당정책 관철을 위한 총 결사전을 벌려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강원도정신'의 발상지인 강원도를 시작으로 평안남북도, 황해남북도, 함경남북도, 남포시 등 각지에서 군중대회를 열어 만리마선구자대회를 성과적으로 맞이하기 위해 분투하라고 호소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노동신문에서 “만리마선구자대회는 반세기 전 전설적인 천리마시대를 진감시킨 전국천리마작업반운동선구자대회와 같이 사회주의 강국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만리마시대를 힘있게 추동하는 역사적인 대회”라고 규정했습니다. 천리마운동시대를 그리워하고 있고 재현하고 싶어 하는 북한지도부의 심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문구입니다.

북한지도부가 향수를 느낄 정도로 천리마운동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당시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고 생활도 어려웠지만 사람들은 자각적으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당시 동유럽사회주의나라들의 지원에 힘입어 생활은 주민들의 생활은 빠르게 나아졌습니다. 사람들은 반토굴집에서 단층집으로, 단층집에서 아파트로 이사했고 농촌에서는 분배 몫이 늘어나 생활이 펴이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산주의이상사회가 눈앞에 다가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공산주의이상사회는 오지 않았습니다.

1970년대 김정일이 등장하면서 경제발전에서 기적을 가져오기 위한 70일전투를 시작했습니다. 자각적으로 동원되었던 천리마운동 때와 달리 당의 조직적 통제밑에 동원되었지만 나라의 경제형편도 펴이지 않고 주민들의 살림도 낳아지지 않았습니다. 연이어 200일전투,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 등 대중운동을 연이어 전개했으나 생활은 더욱더 어려워졌습니다. 사람들은 통제에 못이겨 움직이는 척 했을 뿐 대중운동에 무관심해졌습니다. 천리마운동 때와 같은 열기는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등장하면서 고난의 행군시기 잠잠해졌던 대중운동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100일전투 200일전투, 만리마운동 등이 연이어 전개되고 있습니다. 만리마운동은 천리마운동과 이름만 바꾸었을 뿐 내용도 하는 방법도 꼭 같습니다. 그러나 만리마운동이 천리마운동 때와 같은 기적을 이루어 내리라고 지도부조차도 믿지 않을 것입니다.

대중이 열정에 불타서 일떠나려면 대중의 심장에 불을 지필 수 있는 희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에게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루하루 끼니를 에우는 것도 힘든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지금은 좀 괜찮게 산다는 사람도 앞으로 우리에게 희망찬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럭저럭 살았지만 우리 자식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앞이 보이지 않아 남한행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대중운동구호로서 주민들을 움직이기에는 북한주민이 겪은 경험이 너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지도부가 대중운동에 매달리는 것은 출로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지도부가 애써 외면하고 있어 그렇지 출로가 있습니다. 제도를 바꾸면 됩니다. 사람들이 마음껏 노력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제도, 노력한 것만큼 차례지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제도는 민주주의제도이며 시장경제제도입니다. 물론 그 제도도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존재한 제도 가운데서 가장 합리적인 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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