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경제조치와 주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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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6.28 경제방침'이라는 신경제정책의 시행을 미뤘다고 합니다. 지난 6월 말 북한당국은 새로운 경제조치를 실시한다고 조직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자율적인 경제계획 수립과 수행, 개인영업의 활성화, 농촌에서 분조위주작업제 등이 거론되면서 새 경제조치는 대내외적인 관심과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새 경제조치 소식이 발표되자 쌀값, 외화 값이 폭등하기 시작하여 한 달 사이에 물가가 1.5배 올랐습니다. 주민들은 경제조치로 인해 물가가 폭등하여 돈이 휴지 장으로 될까 두려워 북한 돈을 무조건 외화로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물가가 오를 것이 두려워 시장상인들은 물건을 팔지 않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북한 돈이 유통되지 않고 모든 가격이 외화로 매겨지는 등 북한 돈의 가치는 나날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경제조치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주민들의 살림이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기간 북한의 경제조치는 항상 주민들에게 불이익을 주었습니다. 2002년 7월 북한당국은 새로운 경제조치를 내놓으면서 월급을 17배로 인상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의 배려가 큰 것처럼 선전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는 직장만 다니면 먹고살 걱정 없겠구나 생각했지만 곧 물가가 뛰어오르기 시작했고, 결국 물가가 17배까지 뛰어올라 이전이나 다름없이 되고 말았습니다. 2009년 화폐개혁 때에도 국가는 물가를 1/100로 낮추기 때문에 노임을 100배 더 받는 것과 같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리고 장사를 금지하고, 외화도 쓰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믿은 사람들은 가지고 있던 상품을 헐값으로 넘기고 외화를 다 상점에서 써버렸습니다. 그러나 곧 물가가 올라 원래대로 돌아가다 보니 주민들은 돈만 잃고 말았습니다.

주민들은 이제는 당과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담근다고 해도 믿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실 경제조치가 은을 내자면 제대로 된 경제정책을 만들어 내놓아야 합니다. 지난 기간 북한지도부는 현실에서는 거의 모든 경제활동이 시장을 통해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외면하고 어떻게 하나 막고 통제하는 정책을 견지했습니다. 북한정부는 시장에 떠밀려 할 수 없이 시장을 허용하는 경제조치를 내놓으면서도 체제가 무너질 것이 두려워 이것저것 다 제한하고 조금만 허용하다보니 경제조치가 은을 낼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1, 2차에 걸쳐 경제조치와 관련한 강습에 참가했던 실무자들은 새 경제조치가 경제활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중앙의 통제조치만 강화할 뿐, 실질적인 자율화조치는 크게 없어 앞으로 시장 활동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경제조치와 관련된 강습에서는 예산제 기관 사무원들의 월급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고 합니다. 월급을 인상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그러자면 또 돈을 추가로 찍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또 물가가 오를 것은 뻔합니다. 반쪽짜리 조치를 내놓아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무원들의 월급부터 올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장에 매어 살아가는 평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북한이 새경제조치의 실행을 계속 미루는 것은 경제조치의 허점이 많다는 것을 정책입안자들도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해 지도부 내에서 논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번에도 또 경제조치가 지난 시기와 같이 인플레의 상승으로 끝난다면 당과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를 다시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실제로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경제조치, 북한경제를 살릴 수 있는 그러한 경제조치가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