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평양에서 아시아 구락부(클럽) 역도선수권대회가 열렸습니다. 대회에서는 남한의 국기인 태극기가 오르고 남한의 국가도 내보냈습니다. 그 자리에는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도 참가했습니다. 먼발치로 지나가기는 했지만 TV화면에도 태극기가 방영되었습니다. 남한 국기와 국가가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공개되기는 아마 처음일 것입니다.
남한과 북한은 냉전시기에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냉전이 해체되고 사회주의시스템이 붕괴하면서 북한은 경제적 난관 때문에, 남한은 주민들의 통일열기에 힘입어 남북이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남한은 주민들에게 북한을 알리는데 매우 적극적입니다. 남한에서는 북한 소식이 실시간으로 보도됩니다. 아직 부분적으로 북한자료의 이용을 통제하지만, 누구나 승인 받으면 북한정보에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습니다. 남한영화에 북한의 공화국기가 휘날리는 장면이 나오고, 노래책에 북한노래가 버젓이 올라있고, 영화제에서는 북한영화가 상영되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남한에서 열리는 국제경기에 북한선수의 참가가 허용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북한실상을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고 대학에는 북한학과가 개설되었습니다. 북한실상에 관한 강연회도 자주 열리고 북한관련 책들도 많이 출판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오른 북한자료도 매우 많습니다.
거기다 탈북자가 2만 명이 넘다보니 북한에서 살던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 살면서 북한주민들을 알아가고 있고 그들을 통해 생생한 북한정보를 듣고 있습니다. 탈북미녀들이 출연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이제 만나러 갑니다'는 많은 사람이 즐겨 시청하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되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주민은 아직도 남한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습니다. 남한드라마나 영화 노래가 많이 전파되고 있다고 하지만 시청자 수는 매우 적습니다. 북한에서는 아직까지도 남한의 모든 것이 금기 사항으로 되고 있습니다. 남한상품도 마음대로 쓸 수 없고 남한영화나 책을 마음대로 볼 수 없으며 남한노래도 부를 수 없습니다. 남한대표단이나 방문단이 오가기는 하지만 주민들과의 접촉은 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물론 북한의 신문에는 남조선 소식란도 있고 텔레비전에서도 남한소식을 보도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편파적이고 왜곡된 것이어서 오히려 모르는 것만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탈북자들은 남한에 와서 커다란 충격을 받습니다. 남한에서는 노동자 농민들이 지주 자본가의 착취와 압박으로 비참한 생활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북한간부들보다 더 잘삽니다. 남한은 자유와 권리가 없다고 했는데 주민들이 할 말 다하고 오히려 국가에 대고 삿대질을 하는 것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접하면 누구나 북한지도부가 지금까지 우리를 속였다고 느끼며 커다란 배신감을 느낍니다. 그것은 북한체제의 유지를 위해 결코 바람직한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남북이 만나는 것은 막을 수 없습니다. 비록 우여곡절은 있지만 남과 북은 더 많이 더 자주 만나게 될 것이고 언젠가는 그것이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지금 북한정부는 주민들이 남한에 대해 알게 되면 사상적으로 흔들릴 것이라는 일면적인 생각에만 사로잡혀 정보통제정책을 고집하고 있지만 그것이 완벽한 해결책으로 될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 남한의 현실에 대해 조금씩 알려주어 심리적 충격을 약화하는 것이 북한주민들은 물론 지도부를 위해서도 더 낳은 처방일 수 있습니다.
이번 태극기 게양이 그 첫걸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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