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북한이 발전하려면

김현아·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2016.01.18

최근 북한지도부의 자화자찬이 늘고 있습니다. 핵개발을 자축하는 군중대회를 평양은 물론 각도 시군에서 진행하도록 하는가 하면 작년에 건설한 미래과학자거리, 과학의 전당, 학생소년궁전 등을 지속적으로 선전하면서 북한주민들 속에서 나라가 대단하게 발전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룩한 성과는 외부에서 보면 별로 자랑거리가 못됩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만드는 기술을 가졌다고 자랑하지만 남한 일본을 비롯해서 많은 나라들이 결심만하면 당장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핵 확산 금지를 약속했기 때문에 만들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새로 일떠세운 건설물은 평양에만 있고 그 혜택도 극소수의 주민들에게만 차례집니다. 현대적으로 건설했다는 평양의 미래과학자거리 아파트는 3천 500세대로 그것으로 극심한 평양의 주택난을 풀 수 없습니다. 남한에서는 매해 60만세대가 넘는 아파트를 건설하지만 그것을 자랑하는 뉴스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몇 사람이 멋들어지게 사는 나라는 어느 국가나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잘사는 나라를 건설하는 것은 힘듭니다. 국제사회에서 주민일반의 생활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널리 통용되는 것은 국가별 1인당 국민소득입니다. 완전히 일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은 대체로 그 나라주민이 1년 동안 받는 노임수준과 비슷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제일 높은 국가는 북유럽 나라들로 1인당 국민소득은 6만 달러가 넘습니다. 미국은 5만 4천 달러, 일본은 3만 7천 달러, 남한은 2만 8천 달러입니다. 중국은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7000천 달러 정도로 러시아의 절반수준입니다. 그래서 현지에 가보면 중국보다 러시아 주민들이 훨씬 더 잘삽니다. 북한은 국민소득을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00달러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왜 나라별 수준이 이렇게 차이 날까? 그 원인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고 연구했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지리적 환경 때문에 그렇다고 했고 누구는 문화적 차이 때문에 그렇게 된다고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빈곤한 나라의 주민은 무지하기 때문에 발전하지 못한다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2012년 경제학자인 대런 애쓰모글루와 정치학자인 제임스 A. 로빈슨 두 학자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들은 전 세계 수많은 나라들의 역사를 검토 분석하여 나라의 흥망성쇠의 원인을 밝혀냈습니다. 그에 의하면 국가의 발전과 실패를 결정하는 요인은 지리적 환경이나 문화적 환경이 아니라 제도였습니다. 국가의 성공은 그 국가가 얼마나 포용적인 경제제도와 포용적인 정치제도를 가졌는가에 의해 규정되었습니다.

포용적 경제 제도란 사유재산을 보장하고, 법이 공평하게 집행되며 계약과 교환의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포용적 경제제도는 포용적 정치 제도에 의해 보장되어야 하는데, 포용적 정치제도는 사회 전반에 권력을 고르게 분배하여 권력의 집중을 제한하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 중앙집권화를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저자들은 그 대표적 예로 인접해있는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멕시코와 미국, 남한과 북한을 들었습니다. 똑같은 자연 지리적 사회 역사적 조건을 가진 인접한 이 나라들의 발전수준이 극명하게 갈린 원인은 정치제도와 경제제도의 차이였습니다. 지난날 북한보다 별로 잘살지 못했던 중국이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것도 경제제도를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발전하려면 아파트나 궁전을 세우는 것보다 근본적인 변화, 제도를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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