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먹는 문제와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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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지오그래픽이 작년 말 유엔 식량농업기구 자료를 토대로 세계 22개국의 식단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11년 북한 주민의 하루 섭취 열량은 1961년의 1878kcal와 비슷한 수준인 2103kcal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유엔농업기구의 일일 권장량 2500kcal, 현재 세계 평균섭취열량 2870kcal와 비교해볼 때 크게 모자라는 양입니다. 특히 북한 주민의 곡물 의존도는 63%로 종교적 이유로 육류를 거의 먹지 않는 인도 57%보다 더 높아 불균형이 매우 심하다고 평가되었습니다.

이번 분석에 의하면 북한 주민들의 육류 섭취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기간을 전후해 크게 줄어 1989년 일인당 하루 141g으로부터 1997년에는 50g으로 줄었고 2011년에는 조금 늘어 67g이라고 합니다. 하루 141g이면 한 달에 4kg, 67g이면 한 달에 2kg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지금 북한에서 한 달에 1인당 2kg의 육류를 먹는 가구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90년대 이전에 한 달에 4kg의 육류를 소비했다는 것도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북한정부는 모든 통계를 숨기고 국제기구에 보고서를 제출할 때에는 부풀리고 있어 2103kcal란 숫자는 현실보다 훨씬 높을 것입니다.

사람의 욕구 가운데서 가장 기초적이고 강렬한 것은 생존욕구입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먹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북한에서도 일찍부터 ‘쌀은 사회주의다’는 구호를 내걸었습니다. “이밥에 고기국”은 김일성주석의 오랜 소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의식주라는 단어도 식의주로 바꾸면서 먹는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은 오랫동안 배를 곯으며 살아왔고 지금도 배를 곯고 있습니다.

북한은 해방 후부터 도시 노동자 사무원들에 대한 배급제를 실시해왔고 전후 협동화 이후에는 농민들에게도 실제로 배급제를 실시했습니다. 북한에서는 배급제를 사회주의의 우월성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식량이 넉넉하다면 구태여 배급제를 실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배급제는 무엇이 부족할 때 실시하는 제도일 뿐입니다. 북한주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금을 모아 중공업발전에 투자했습니다. 그러나 중공업발전은 주민들의 생활향상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습니다. 배급량은 나날이 줄어들었고 마침내는 배급으로 줄 식량마저 없어서 수십만 주민이 굶어 사망했습니다.

조사에 의하면 2011년 남한주민의 하루 섭취 열량은 3329kcal으로 국제적인 평균보다 훨씬 높습니다. 남한에서도 1960년대까지는 보릿고개 때가 오면 밥을 굶는 집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기부터는 먹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습니다. 같은 민족이지만 남한의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북한 어린이보다 평균 10cm 이상 키가 큽니다. 남한주민의 평균수명은 북한보다 10년 이상 더 깁니다.

북한은 남한이 먹는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면 북한보다 벌이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남한은 북한보다 논이 많을 뿐 밭까지 합하면 경지면적은 남북이 비슷합니다. 그리고 남한은 북한보다 인구가 2배나 많습니다. 때문에 많은 알곡과 육류를 수입합니다. 문제는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드는 돈을 어디에서 해결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남한은 경공업의 발전으로부터 시작해서 자금을 축적해서 중공업을 일떠세웠고 계속해서 최신과학기술에 기초한 지식산업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업에서 번 돈으로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남한에는 북한과 같은 ‘위대한 수령’이 없습니다. 대통령이 논밭이나 식료공장을 돌아다니며 현지지도를 하지 않습니다. 남한은 시장경제여서 기업가 과학자 노동자 농민 각자가 알아서 모든 것을 해갑니다. 먹을 것이 남아돌아서 고민하는 남한시장경제와 부족해서 굶고 있는 북한사회주의경제, 어느 쪽이 더 좋은 제도인지 삼척동자도 답을 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