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정치의 주인

김현아∙ 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2014.02.24

지금 북한에서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인민이 국가 관리의 주인으로 되고 있는 사회주의제도의 우월성에 대해 자랑하면서 선거를 높은 정치적 열의와 노력적 성과로 뜻깊게 맞이하자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남한도 올해 6월 4일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그를 위한 선거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같은 선거지만 남북의 선거 풍경은 전혀 다릅니다. 남한은 후보자를 일률적으로 위에서 지정하지 않습니다. 선거권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후보자로 나설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이 후보자로 나섭니다. 그중에 가장 많은 표를 모은 1명만 당선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보자들은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치열한 선거전을 벌여야 합니다.

이전에는 투표하도록 유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선물공세였습니다. 식사 초대, 관광, 돈봉투 돌리기 등을 통해 표를 유인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막기 위해 부정선거를 신고하면 최고 5억 원, 50만 달러의 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선거법을 제정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선거 이후에라도 부정선거였다는 것이 밝혀지면 당선이 무효화되고 감옥에 가야 합니다. 그러므로 부정선거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선거에서 당선되려면 평소에 주민들을 위해 봉사도 많이 하고 좋은 정책적 의견을 내놓아 주민들의 신뢰를 쌓아놓아야 합니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자기는 어떤 사람이고 앞으로 선거되면 어떤 정책을 펴겠다고 사람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사람은 자기 지인들을 동원해서, 정당의 추천을 받은 사람은 정당의 도움을 받아서 선거운동을 벌입니다.

남한은 정보통신이 발전된 나라이기 때문에 자기에게 불리한 정보라 해도 숨길 수 없습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후보자 이름을 입력하고 검색버튼만 누르면 순간에 그와 관련된 온갖 정보가 다 떠오릅니다. 때문에 정치인들은 말과 행동이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하고 주민들의 눈치를 보고 주민들의 비위를 맞추어야 합니다.

이런 선거에 습관 된 남한주민들은 북한의 선거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합니다. 당에서 지정한 단 한사람의 후보자에게 의무적으로 표를 바쳐야 하는 북한선거는 남한주민들의 눈으로 볼 때 선거가 아닙니다. 더욱이 북한정부가 선거 후에 자랑하는 100%에 가까운 참가나 100%에 가까운 찬성투표는 제도의 우월성이 아니라 제도의 독재성을 표현하는 숫자로 비쳐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북한정부는 주민이 정치의 주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주인이란 권리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주민들의 정치적 권리가 크지 않습니다. 선거할 때는 주민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결의하지만 선거이후에는 그와 달리 자신의 권력과 치부를 위해 일하는 정치인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큰소리를 칠 기회는 선거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주민이 많습니다. 주민들은 당선자나 정당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다음번 선거에서 너를 절대로 찍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은 선거를 통해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할 권리가 없습니다.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조차 모릅니다. 당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무조건 당이 내세운 후보자에게 찬성 투표해야 합니다. 남한주민처럼 집권당이 내세운 후보자에 반대표를 찍는다면, 선거가 마음에 들지 않고 자기일이 더 바쁘다고 선거에 참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지 너무 잘 알기 때문입니다.

내가 정말 정치의 주인일까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선거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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