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언어폭력

김현아∙ 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2013-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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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당국의 강경한 발언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3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제66차 유엔 총회 군축위원회에서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의 1등 서기관이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a new-born puppy knows no fear of a tiger)’는 속담을 인용하면서 “한국의 변덕스러운 행동은 최종 파괴를 알릴 뿐”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조앤 애덤스 영국 대사는 “정말로 부적절한 발언”이라면서 “유엔 회원국에 대한 파괴를 언급한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고, 로라 케네디 미국 대사는 “대한민국의 파괴를 알린다는 표현에 특히 충격을 받았다”면서 “북한의 표현은 유엔 군축회의가 추구하는 목적·목표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 <미국 놈을 때려부수자.> <조선이 없는 지구는 필요 없다. 깨버려야 한다.>와 같은 문장을 늘 듣고 외우는 북한주민들로서는 그 정도의 발언을 가지고 문제 삼는 국제사회가 오히려 이상할 것입니다. 거리에 붙어 있는 포스터, 신문 방송 지어는 어린이들이 보는 그림책과 교과서에도 흔히 접할 수 있는 단어를 놓고 문제 삼는 국제사회를 놓고 생트집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언어는 해당 국가나 사회 인간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표현합니다. 마음씨가 착한 사람은 착한 말을 쓰고, 심성이 고약한 사람은 고약한 말만 내뱉습니다. 사회가 건전하면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말도 아름답고 사회가 어지러워지면 말부터 험악해집니다. 선진국들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말은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입니다. 조금이라도 주위사람들을 불편하게 했으면 무조건 “용서하십시오. 미안합니다.” 자그마한 배려에도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이 따릅니다. 북한 사회가 어지러워지면서 사용하는 일상 언어가 폭력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느꼈을 것입니다.

북한은 오랫동안 계급교양, 반제반미 교양을 중요한 사상교양 내용으로 규정해 왔고 제국주의나 계급적 원수들을 비판하는데 폭언을 사용하는 것을 당연시해왔습니다. 북한에서는 폭언의 수위를 높이는 사람이 당성, 혁명성이 더 강한 사람으로 평가받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냉전이 사라지고 이데올로기 종언에 대해 논하는 오늘에 와서도 북한의 언어에서 폭력성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연간 남한의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수위가 최고에 이른 것이나 국제무대에서 앞뒤를 가리지 않고 아무 말이나 해서 비난을 받는 것은 다 그 대표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그에 만족하지 않고 더 호전적인, 더 강렬한 단어를 계속 찾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체제가 더욱 호전적이고 비정상적인 체제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말은 내적인 모습을 표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사고를 유도합니다. 나쁜 말을 들으며 자라난 사람은 나쁜 사람이 되고 좋은 말을 들으며 자라난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세계에서 상식으로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식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것을 극도로 피합니다. 때문에 북한의 소학교 교과서에 계급교양 반미교양의 목적으로 서술된 폭력적인 단어들을 보면서 그러한 폭력적인 단어를 늘 접하며 자라난 북한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합니다. 총폭탄, 결사옹위, 수령을 위하여 한목숨 바쳐 싸우자. 미제국주의자들을 소멸하라 이런 구호를 외치는 북한을 보면서 세상 사람들은 개인이란 전혀 없고 수령만을 위해서 한생을 살아야 하는 북한주민들을 동정하면서 그러한 언어 환경에서 사는 북한주민들의 폭력성을 우려합니다.

북한은 매일과 같이 폭언을 내뱉으면 주위에서 무서워 벌벌 떨고 북한의 위신이 올라간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몰상식한 사람을 더러워 피할 뿐, 존경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습니다. 왜 우리의 언어가 이렇게 폭력화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