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노이즈 마케팅

김현아∙ 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2014.04.21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를 사람들이 구매하게 하는 것을 마케팅이라고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상품과 서비스가 넘쳐나는 사회입니다. 그러므로 마케팅은 경영에서 상품생산 못지않은 중요한 부문입니다. 그러다보니 별의별 마케팅 방법이 다 연구 도입되고 있는데 그중에는 노이즈 마케팅도 있습니다. 노이즈 마케팅은 자신들의 상품을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판매를 늘리는 마케팅 기법입니다.

2011년 세계적 의류회사인 ‘베네통’사는 미국 뉴욕의 중심지 타임스퀘어의 대형 광고판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키스하는 합성사진을 내걸었습니다. 베네통사는 이 사진 외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이집트의 이슬람 종교지도자 아흐메드 엘타옙, 메르켈 독일 총리와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미묘한 문제로 대립해온 세계적 지도자 두 사람이 키스하는 합성사진도 게재해 톡톡히 광고효과를 봤습니다. 당시 베네통의 도발적 광고는 각국의 항의로 세계적 파문을 일으키고 바로 내려졌지만 전형적 노이즈마케팅이었다는 명성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노이즈마케팅의 대상으로 되었습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출된 것을 찬양하여 올린 노동신문의 사진이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짧은 머리스타일을 대학생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 후 김정은의 머리스타일을 한 오바마 미국대통령, 푸친 러시아대통령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 화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영국의 한 미용실에서 이 사진을 광고에 이용할 기발한 생각을 해냈습니다. 런던 서부 사우스일링에 있는 한 미용실은 이달 초 할인행사 홍보를 위해 옆머리를 짧게 친 김 제1위원장이 등장하는 광고 포스터를 내걸었습니다. 이 포스터는 김 위원장의 상반신 사진을 배경으로 '불쾌한 날엔?'이라는 문구 아래 4월 한 달간 남성 커트 요금을 15% 깎아준다는 내용을 실었습니다.

북한 측은 이 미용실에 직원 2명을 보내 사진 자료를 확보하고서 최고지도자에 대한 모독이라며 철거를 요구했으며 경찰에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북한대사관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모델로 삼은 광고포스터로 영국 런던의 미용실과 마찰을 빚은 소동과 관련하여 영국 정부에 항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현지신문인 이브닝 스탠더드에 실려 영국 뿐 아니라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미용실이 어떤 의도로 이러한 포스터를 내걸었는지는 모르지만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된 것입니다.

북한은 최근 들어 자신들의 지도자를 <최고 존엄>으로 자칭하며 남한은 물론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존경심을 표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 권력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북한의 이런 요구가 먼 과거시대의 재현으로, 하나의 코미디로 비칠 뿐입니다.

북한 간부들의 이러한 요구는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으로부터 나오겠지만 현실에서는 그 의도와 반대로 지도자를 노이즈 마케팅의 대상으로 만들고, 체제의 희극성을 세상 사람들에게 더 널리 알리며 지도자 뿐 아니라 북한의 이미지를 하락시킬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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