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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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미국 북한인권위원회가 위성사진을 공개했습니다. 한편에는 1열로 사람들이 서 있고 반대편에는 검은 동일한 물체가 줄을 맞춰 서있는 강건군관학교 사격장을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줄을 서있는 사람들은 사형수고 검은 물체는 북한의 4신 고사총이었습니다. 4신 고사총으로 사람들을 처형하기 직전 모습이 찍힌 것입니다.

최근 김정은이 등장한 이후 공개처형이 더 잔인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여러 번 전해졌습니다. 공개처형은 강건군관학교 사격장에서 진행되는데 기관총으로 처형할 뿐 아니라 화염방사기를 발사해 시신을 재 가루로 날려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소식이 사진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원래 4신 고사총은 비행기를 사격하는 무기입니다. 그런데 4신 고사총은 2차 세계대전 때 쓰던 무기라 사거리가 7~8천 미터밖에 되지 않습니다. 오늘에 와서 비행기들이 1만 미터 이상 고공에서 뜨고 있는 상황에서 공중방어무기로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북한은 4신 고사총을 유생역량 살상무기로 이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실험이 북한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셈입니다.

국제사회에서 공개처형은 인권유린행위에 속합니다. 인간은 존엄 있게 죽을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사형할 수 없습니다. 현재는 어떤 이유든지 인간을 사형한다는 자체가 문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적지 않은 나라들에서는 사형제도 자체를 폐지했습니다. 사형제도의 폐지가 살인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따라서 주민들의 안전이 더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사형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에서도 사형에 처하는 사람은 극히 적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공개처형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시기 수십만의 주민이 굶어 죽을 때에도 북한지도부는 프룬제 아카데미 사건, 심화조 사건 등을 조작해서 수많은 간부들을 처형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일반주민들에 대한 공개처형을 정상적으로 진행해서 공포감을 조성하는 방법으로 권력을 유지했습니다. 공개처형은 김정은 정권 출현 이후 다시 강화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작년에 내각부상 이상급 간부들만 15명이 처형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설주와 관련된 자료를 함부로 발설한 것으로 해서 은하수악단이 해체되었고 적지 않은 배우들이 처형되었다고 합니다.

공개처형은 체제가 어려울 때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해 행하는 야만적인 통제방법입니다. 사실 공개처형을 당한 사람들이 지었다는 죄는 사형에 처할 정도의 죄가 아닙니다. 지난시기 강냉이 몇 백 키로, 소 몇 마리 훔친 것 때문에 사람들이 처형당했습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도 많습니다.

공개처형이 강화된다는 것은 그만큼 체제가 불안정하고 지도자의 심리가 불안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독재자가 권좌에 올라앉으면 의심이 많아지고 마음이 불안해진다고 합니다. 독재정치가로 이름 높은 히틀러나 스탈린, 모택동도 의심이 많았고 측근들을 믿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독재체제가 수립되면 가장 위협으로 되는 것은 권력을 잡을 때 공을 세운 세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스탈린도 모택동도 함께 혁명한 동지들을 모두 청산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동지들을 처형할 때 포나 화염방사기를 사용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왕이 갖추어야 할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을 인(仁)이라고 했습니다. 인이란 천지 만물을 포용할 때 나타나게 되는 어진 마음입니다. 어질지 못한 왕이 행하는 정치를 폭정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