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한의 kbs 텔레비전에서는 “역사저널 그날” 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습니다. 전문가와 일반인들이 모여앉아 조선왕조역사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편집했는데 일반적으로 딱딱하고 따분한 것으로 알려진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가고 있습니다.
조선왕조시대에 대해 그렇게 풍부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펼쳐갈 수 있는 것은 북한에서는 이조실록, 남한에서는 조선왕조실록이라고 알려져 있는 역사기록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기부터 왕의 실록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고려실록은 임진왜란 때 소실되고 지금은 조선왕조실록만 전해지고 있습니다. 실록의 편찬과정을 보면 현재의 역사기록 수준과 큰 차이가 없었을 뿐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지금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선시기 실록의 편찬은 실록청에서 맡아 했습니다. 실록청이 설치되면 사관으로 일했던 관원들과 가족들은 갖고 있던 기록물을 정해진 기한 내에 실록청에 납입해야 했습니다. 실록의 편찬을 위해 책임자가 임명되고 도청이 꾸려졌습니다.
실록은 3단계에 걸쳐서 작성되는데 처음에 각종자료 중에서 중요한 사실을 뽑아서 초안을 작성하고 다음으로 초안 가운데 빠진 자료를 추가하고 불필요한 자료를 삭제하는 수정을 거치고 마지막으로 재수정하고 문장을 통일하여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4부를 등사하여 심심산골에 설치된 사고에 나누어 보관하도록 했습니다. 작성된 실록은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국왕이나 대신도 사사로이 열람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실록은 왕이 사망한 다음에 편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태조였던 이성계가 사망한 다음 왕이 그의 실록을 작성할 것을 명했을 때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왕과 함께 일한 사람들이 아직 생존하고 있으므로 그들의 견해가 반영되어 실록의 객관성이 보장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왕이 통치하는 시대에 신하들이 왕의 의사와 반대되는 자기의 의견을 주장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 놀랍고, 왕과 함께 일한 사람들이 모두 사망한 이후에 실록을 작성해야 공정하게 역사를 편찬할 수 있다고 생각한 선비들이 있었다는 것도 감탄스러울 뿐입니다.
조선왕조가 시작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입니다. 그때는 주민의 절대다수가 문맹자였고 과학기술도 발전하지 못했으며 종이도 귀했고 책을 만들려면 하나씩 목각에 새겨서 등사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이 혁명역사를 만들어내는 것과 비교해보면 그때 사람들이 가졌던 역사에 대한 바른 자세는 우리와 비할 바 없이 높았습니다. 북한의 당 역사연구소에서는 체제유지에 필요하다면 역사적 사실을 마음대로 만들어 내거나 지워버립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 누구도 비판하거나 반대하지 못합니다.
현재도 북한에서는 6.25전쟁이 미국과 남한의 침공으로 시작되었고 김일성의 현명한 영도로 미제를 물리치고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전 소련과 중국의 자료가 공개되어 6.25의 진실이 밝혀진 오늘에 와서도 여전히 거짓말을 반복하면서 주민들 속에서 전쟁분위기를 고취하는데 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선조들이 그렇게 역사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미래에 살게 될 후대들이 역사를 통해서 배움으로써 더 훌륭한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을 바라서였을 것입니다. 후대들을 생각하며 역사를 기록해 온 선조들 앞에 너무도 부끄러운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