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김현아∙ 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2014.07.07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간 시진핑 중국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예상했던 시간을 훨씬 넘겨 장시간 지속된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에서 핵무기 개발 확고히 반대. 국방분야 고위급교류, 직통전화 개통,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구축, 2015년 해양경계 확정 협상 가동, 한중 자유무역협정 연내 타결 등 주요 문제들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이 외에도 한중경제통상협력포럼에 박근혜대통령과 함께 참가했고, 국회를 방문하고 총리와 만나는 등 많은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또한 서울대를 찾아 강의를 하는 등 남한주민과의 우호관계를 일층 강화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중국주석의 남한방문을 매우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난 시기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피로써 맺어진 친선우호관계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지도부는 북·중관계가 혈맹관계가 아닌 일반적인 국가관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중국과 한국과의 관계는 적대관계로부터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바뀌었습니다. 이래저래 심기가 상한 북한은 시진핑주석의 한국방문을 앞두고 미사일 발사, 한국과 대화 협상 제의 등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러시아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하는 등 다각적인 외교채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나라와의 관계도 북·중 관계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냉전시기 북한은 사회주의진영을 대표하여 제국주의와 맞서있다는 이유로 소련과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정치 군사적 물질적 지원을 받았습니다. 냉전이 해체된 이후 무상지원은 거의 없어졌으나 북한의 중국에 대한 의존은 더 강화되었습니다. 특히 북한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품의 80%가 중국산일 정도로 경제적 의존율이 높습니다. 게다가 전략물자인 원유는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무대에서 중국만이 유일하게 북한을 지지해주었고 감싸주었습니다.

반대로 냉전이 해체된 오늘 중국에 있어서 북한의 정치 군사적 의미는 훨씬 약해졌습니다. 최근 급격히 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그에 걸맞은 정치·군사적 부상을 꿈꾸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은 계륵과 같은 존재입니다. 북한의 붕괴가 중국에 결코 이로울 수 없다는 판단 때문에 북한을 외면할 수는 없지만, 국제사회에서 왕따 당하고 있는 북한을 편들면서 대국의 체면이 깎이고, 북한이 말을 잘 듣지 않아 중국의 외교력이 의심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에 대해 고마워하는 것이 아니라 늘 불만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변화된 환경을 읽지 못하고 지난날처럼 중국이 자기의 편을 들 수밖에 없으리라는 판단 하에 소위 주체외교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중국의 거듭되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핵무기개발과 핵실험을 지속하고 있고 한반도의 정세를 계속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은 북한을 달래기만 하던 정책으로부터 압박하는 정책으로 바꾸었습니다. 김정은위원장은 공식 지도자로 등장한 후 아직 중국의 지도자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김정은의 중국방문을 계속 요청하고 있지만 중국이 승인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은 북·중관계가 악화된 원인을 자신이 아닌 상대방에게서 찾고 있습니다. 중국이 사회주의 원칙을 저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국가들 간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습니다. 북한은 냉전이 사라진지 수십 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간의 대결이라는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냉전시대의 사고를 버리지 못하고 고집스럽게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북한이 지난날의 친구를 잃는 것은 필연입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