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탈북자와 의거입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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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말까지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수는 59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49명에 비해 20.8% 감소했습니다. 그 전년도 614명에 비해도 3.4% 감소한 수치입니다. 통일부는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 내부 단속과 국경통제가 강화된 것이 탈북민감소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소식에 의하면 이전에는 먹고살기 위해 중국으로 오가는 사람에 대해서는 노동단련형 정도의 처벌이 가해졌지만 최근에는 중국으로 오가는 사람은 모두 남한행으로 보고 엄벌에 처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탈북자 증가에 대한 북한 당국의 두려움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1980년대 까지만 해도 남한과 북한에서 상대편 지역으로 넘어가는 사람의 숫자는 크게 차이나지 않았습니다. 상대편 지역으로 넘어가면 북한에서는 의거입북자, 남한에서는 귀순용사로 대우해주었습니다. 의거입북자나 귀순용사의 존재는 각각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징표로 되었습니다. 남북은 모두 넘어 온 사람을 기자회견장에 내세우고 방송과 신문을 통해 크게 보도했고 요란한 환영행사를 해주고 큰 집도 주고 좋은 직장에 넣어주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남한에서 북한으로 가는 사람이 없어지고 대신 북한주민이 남한으로 대량 이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수는 계속 증가해서 90년대 말에는 한 해에 남한에 입국하는 주민이 백여 명에 이르렀습니다. 남한에서는 북한에서 온 사람을 더는 귀순용사로 대우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북한에서 온 사람은 탈북자, 탈북민으로 불리게 되었고 이전처럼 특수한 영웅이 아닌 남한주민들과 같은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한편 북한 당국은 국경을 봉쇄하고 주민들의 이동을 엄격히 통제하고 남한행을 시도한 것이 밝혀지면 지어 정치범수용소까지 보내는 엄격한 형벌을 가했습니다. 거기에 중국까지 가세해서 탈북자를 잡아 북송시켰습니다. 그러나 탈북자의 남한 입국은 계속되었고 한 해에 3000명으로 증가했습니다.

김정은체제가 들어서면서 북한 당국의 탈북자정책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를 막기 위해 국경을 2중, 3중으로 봉쇄하고 탈북자에 대한 처벌강도를 높임으로써 탈북자의 수가 반으로 줄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탈북자의 존재를 숨기던 이전과 달리 탈북자의 존재를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탈북자들이 남한에 가게 된 이유를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남한 국정원의 작전에 의해 속아서 가거나 납치된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남한으로 가던 고아들을 중도에서 붙들어 북한으로 데리고 가서 그들이 남한정보당국에 납치되었다고 증언하게 하고 작년에 중국식당 종업원들이 남한에 입국한 것을 정보당국의 납치작전으로 규정하고 지금도 그들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자회견을 열고 남한에 갔다가 다시 북한으로 입국한 주민들이 탈북자의 인간이하의 삶에 대해 증언하게 함으로써 북한주민의 남한 행을 막으려하고 있습니다. 그를 위해 탈북민을 북한으로 재입국시키기 위한 공작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있는 가족을 인질로 협박해서 재입국시키거나 남한에 위장 탈북자를 보내서 탈북자를 재입국시키기 위한 공작도 펼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2015년 보위부의 임무를 받고 가짜 탈북자로 남한에 입국해 탈북자를 유인해서 북한으로 데리고 갔던 사람이 이번에는 진짜로 탈북해 남한으로 재입국해 뉴스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까지 각오하고 남한으로 오는 탈북자대열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주민이 북한으로 갔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남한주민이 북한으로 가는 것은 막는 사람이 없습니다. 여권을 마음대로 뗄 수 있으므로 중국을 통해 얼마든지 북한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북한에서 살겠다고 중국주재 북한대사관에 들어가 청하는 남한주민을 설득해서 되돌려 보내고 있습니다.

1950년대말 1960년대 북한은 일본에 있던 조선 사람들을 북한으로 귀국시키면서 “자본주의로부터 사회주의에로의 대이동”이라고 자찬했습니다. 그런 시각으로 평가하면 탈북자의 남한입국은 “사회주의로부터 자본주의에로의 대이동”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탈북자의 대량 입국사태를 보면서 “남북한의 체제경쟁은 끝났다”고 결론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