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달라지는 남북의 체형

김현아∙ 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2015.08.10

며칠 전 남한의 KBS에서는 광복 70년을 맞으며 한국 사람들의 체형과 건강상태의 변화를 특집으로 내보냈습니다. 그에 의하면 남한 주민들의 체형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한국 사람들의 평균 키가 많이 달라졌는데 1945년 166.5로부터 2014년 173.5센티메터로 7~8센티미터 더 길어졌습니다. 그리고 여성의 키도 154로부터 160.4로 6센티메터가 더 커졌습니다.

2015년 한국남성의 평균 몸무게는 69킬로그램으로 해방 직후보다 10킬로그램 더 무거워졌습니다. 그리고 여성의 몸무게는 53.1킬로그램으로 이전에 비해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방송에서는 남한주민들의 키와 관련한 일화도 전했습니다. 해방 후에도 남한주민들은 북한주민처럼 주로 알곡에 의존해서 살았습니다. 1960년대에도 남한에는 보릿고개를 겪는 주민들이 많았고 따라서 점심을 굶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1968년 학생들의 평균키가 1953년보다 더 작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더욱이 남한학생들의 평균키가 일본학생들보다 더 작다는 통계가 발표되자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크다고 믿어온 주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연구자들은 어떻게 일본학생들의 키가 한국보다 더 크게 되었는지 현지에 가서 조사해 보았습니다. 그 비결은 1954년부터 실시한 학교 집단급식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그 당시 학생들에게 미국에서 지원한 빵과 우유를 공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간식으로 공급했지 점심을 제공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남한에서는 일본처럼 학생들에게 점심을 학교에서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1968년 시범적으로 학교급식을 시작했고 이후 모든 학교에서 점심을 공급했습니다. 비록 점심 한 끼였지만 영양을 고려한 합리적인 급식은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데 크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점심을 학교에서 공급하면서부터 학생들의 키가 커지고 체력이 눈에 띄게 증진되었습니다.

그때 남한은 북한보다 경제가 더 어려웠습니다. 남한주민들의 소원은 오늘의 북한주민과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살이 찌는 것이 소원이어서 먹으면 몸이 난다는 호르몬제가 특효약으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점심을 공급했습니다. 점심식사 공급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급식시설은 국가가 부담하고 밀가루와 우유는 미국의 지원으로 충당했으며 그리고 반찬은 개인이 돈을 부담하는 방법으로 해결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체형이 더 악화되었습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청소년들은 어려운 조건에서 출생해 성장하다보니 키도 작고 몸도 허약합니다. 북한에서 군대에 가는 학생들의 표준 키를 계속 낮춰 정하는 것을 보면 고난의 행군이 끝났다고 하지만 현재도 북한 청소년들의 상태가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대로 남한에서는 80년대 이후 경제형편이 매우 좋아졌기 때문에 태어난 아이들은 이전보다 훨씬 풍요한 환경에서 자라났고 체력이 매우 좋아졌습니다. 그러다보니 1980년대 이후 태어난 남한 청소년들은 북한에 비해 10~12센티메터 키가 더 큽니다. 그리고 남한 청소년들은 빵과 우유와 같이 부드러운 음식을 많이 먹다보니 얼굴 하관이 좁아지고 키가 커지면서 다리길이가 상대적으로 더 길어지고 있습니다. 같은 민족이지만 남과 북의 체형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형편이 당장 나아질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1960년대 남한에서처럼 전국의 학생들에게 점심 한 끼라도 균형 잡힌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노력하면 할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잘 활용하고 국가자금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면 됩니다. 북한의 미래를 위해서는 멋진 아파트나 물놀이장 건설보다 청소년들에 대한 영양공급에 우선 자금을 돌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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