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결핵 발병률을 낮추려면

김현아∙ 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2015.11.02

지난 10월 28일 세계보건기구는 2014년 한 해 동안 북한에서 결핵으로 5천여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결핵환자 10만 명당 20명이 숨진 것으로 한국의 10만 명당 3.8명에 비해 5배나 높은 것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내 결핵환자는 11만 여 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442명이며 아시아 지역에서는 동티모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이번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의 결핵은 1차 치료제인 아이소니아지드(이소니찌드), 리팜핀에 내성이 생겨 이러한 약으로만은 치료되지 않는 다제내성 결핵이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물론 다른 나라에 비하면 이러한 다제내성 결핵환자의 비율이 높지만 그러한 환자는 3,800여 명으로 전체 환자의 3.4%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는 1차 치료약만 제때에 먹어도 낳을 수 있는 환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핵환자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은 약이 부족하여 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제대로 먹지 못하는데 있습니다. 결핵은 원래 가난한 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는 병입니다. 그래서 결핵을 후진국 병이라고 합니다. 현재 북한주민의 식생활 수준은 매우 낮습니다. 대다수 북한주민들은 하루 세끼 밥만 먹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지어 강냉이밥조차 먹기 힘든 가정들도 10%~15%나 됩니다.

영양실조에 걸리면 제일 먼저 오는 합병증이 결핵과 간염입니다. 결핵병균에 대한 내성을 기르자면 약을 먹이면서 동시에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쌀을 사먹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고기나 기름을 사 먹이는 것은 너무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 이 병에 걸리면 나았다 재발했다 하는 것이 반복되다가 마침내 기력이 떨어져 사망하게 됩니다.

이번 보고서에서 주목되는 것은 전국적으로 결핵환자가 제일 많은 지역이 황해도라는 것입니다. 황해도는 전체 인구의 15%가 결핵환자로 다른 도의 2%에 비해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황해도와 다른 지역의 차이가 이렇게 클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큰 차이가 나타난 것은 조사를 허용한 지역이 황해도여서 이 지역에서만 결핵환자의 수를 정확히 조사한 것과 관련되어 있을 것입니다. 다른 지역도 조사하면 2%가 아니라 10%가 넘을 것입니다.

그러나 황해도가 다른 도보다 결핵환자가 더 많다는 말은 맞는 말입니다. 북한의 식량문제를 조사한 다른 보고서에 의하면 황해도는 농업의 비중이 가장 높고 알곡생산량이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보다 기아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원래 황해도는 곡창지대여서 이전에는 그래도 먹는 문제에서는 황해도가 제일 괜찮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 이후부터 황해도는 북한에서 가장 못사는 지역으로 되었습니다.

황해도가 못사는 것은 국가의 정책 때문입니다. 농업을 위한 투자는 전혀 하지 않고 농민들이 농사지으면 군량미로 사정없이 공출해 갑니다. 거기다 농민들은 도시주민과 달리 장사를 할 여건도 열악합니다. 함북도나 양강도는 알곡이 거의 나지 않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사정이 좀 낫습니다.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주민 스스로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황해도는 국경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알곡이 떨어지면 주민들이 굶을 수밖에 없습니다. 황해도가 제일 못 살다보니 결핵환자도 북한에서 제일 많은 것입니다.

이는 국가의 간섭과 통제가 주민생활을 악화시키는 주되는 원인이라는 것을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북한에서 결핵환자를 줄이려면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풀어야 하고 그러자면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해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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