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김현아∙ 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201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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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평양에서는 류경원과 인민 야외빙상장, 롤러스케이트장 준공식이 크게 진행되었습니다. 연건축면적이 6, 400여㎡인 인민야외빙상장과 부지면적이 1만 3, 300여㎡에 달하는 롤러스케이트장은 근로자들과 청소년학생들이 사철 스케트와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체력을 단련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통일거리 운동센터도 완공되었습니다. 운동센터에는 체력단련을 할 수 있는 달리기 운동기재, 자전거 운동기재, 노 젓기 운동기재를 비롯한 각종 운동기재들과 현대적인 치료설비들이 갖추어져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이 TV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마냥 기쁘게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북한주민들의 심정입니다. 운동센터는 다른 나라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남한에는 가는 곳마다 운동센터가 있고 통일거리운동센터에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종류의 운동기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대다수 주민들이 운동센터를 이용합니다. 운동센터에 가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비만입니다. 남한주민들은 먹는 것에 비해 운동량이 줄어들어 비만이 중대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습니다. 살을 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입니다. 그러나 야외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부족합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최단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운동센터를 찾습니다.

탈북자들은 남한에 입국한 초기에는 운동센터에서 왜 달리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운동이 필요하면 일을 하면 될 텐데, 일을 하면 돈도 벌고 운동도 되고 일석이조인데 왜 돈까지 내면서 운동센터에 다니지, 하는 의문을 가집니다. 지금 북한주민들도 똑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북한은 살을 빼야 할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고위급 간부들을 제외하고는 비만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이전에 1만보 걷기운동을 하라는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가 떨어졌을 때도 주민들은 내놓고 말을 못했지만 속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교통수단이 열악하여 거의 매일 먼 거리를 걷고 있는 주민들의 실상을 너무도 모른다. 또 간부들이 얼마나 호의호식하면 걷는 운동까지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을까?

그런데 김정은 정권이 출현한 오늘도 운동센터, 야외 빙상장, 롤러스케이트장을 건설하느라 군대가 동원되고 갖가지 자재와 세멘트가 소비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화려한 건물들을 지어놓고 난생 처음 보는 운동기구도 갖추어놓으면 주민들에게 우리나라에도 저런 것이 있다는 대리만족을 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북한에는 당장 들어가 살 살림집이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번 수해 때만 해도 수많은 집들이 물에 떠내려갔지만 집을 짓지 못해 아직도 한지에서 떨고 있는 주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주민들은 운동을 해서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영양을 보충해서 몸무게를 늘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주민들에게는 화려한 운동센터보다 당장 먹을 끼니와 내년 농사지을 비료나 농기구가 더 긴급합니다.

현재 북한은 경제파탄으로 재원이 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사회 내의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어디에 우선 지출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북한에서 말하는 것처럼 정치는 정권을 잡은 계급의 이해관계에 따라 진행됩니다. 지금 북한지도부에게 있어서 중요한 정치적 목표는 백성들의 어려운 살림을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김정은의 업적으로 찬양할 성과물을 내놓는 것입니다. 그리고 건설된 화려한 건물과 시설들은 평양시 일반주민들에게는 맛보기를 시키고, 앞으로는 간부들과 상류층 사람들 위주로 이용되게 될 것입니다.

북한지도부가 배고프고, 추위에 떨고 있고, 집이 없어 고통 받는 주민들의 아픔을 안다면 운동센터나 볼거리를 위해 수만금을 투자할 수 있겠는지, 주민들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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