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세포등판 개간에 대한 생각

김현아∙ 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201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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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발전을 위해 세포등판 개간을 위한 돌격대가 조직되고 현지로 출발한다는 소식이 TV와 신문에 소개되었습니다. 고기생산을 늘려서 주민들의 식생활 수준을 높이려는 의도는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 현실성이나 실현방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시기 북한지도부는 토끼 기르기, 염소 기르기 등 갖가지 정책을 내놓고 주민들을 동원했지만, 어느 하나도 성공한 것이 없습니다. 특히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진행했던 염소 기르기 운동은 아직도 주민들의 기억에 생생합니다. 없는 살림에 주머니를 털어서 새끼 염소를 사고 수 십리 떨어진 산골로 오가면서 축사와 살림집을 지었지만, 우유를 먹거나 염소고기를 먹어본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지금은 염소목장도 염소도 다 사라졌습니다. 토끼 목장을 현지 지도하는 사진도 크게 났지만 토끼고기를 먹어본 주민도 없습니다.

집짐승만이 아닙니다. 곳곳에 양어장을 꾸려서 주민들에게 물고기를 먹인다고 했지만 평양주민이나 열대 메기고기를 한두 번 먹어보았겠는지 지방에서는 양어한 물고기를 구경한 주민이 없습니다. 다만 양어장을 조성하느라 삽을 들고 아까운 농경지를 파내던 힘든 추억만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또 풀밭을 조성하겠다고 합니다.

교통도 불리한 강원도 세포에, 기계화 수단도 변변한 것이 없이 풀판을 만들려면 돌격대원들이 많은 고생을 하게 될 것입니다. 북한의 돌격대는 애국주의요, 충성심이요 하고 위장해서 그렇지 사실 일제 때 징병이나 다름없습니다. 돌격대원들은 노임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형편에서 식품공급이 부족하여 배가 고프고, 잠자리도 변변치 않아 추위에 떨면서 고된 일에 내몰릴 것입니다. 거기다 교통조건이 너무 나빠 배고프고 병이 나도 도망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게 고생을 해서라도 주민들에게 정말 고기가 차례진다면 위안이 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세포등판에 풀판을 조성하면 저절로 고기가 생산되는 것이 아닙니다. 풀판을 관리하고 소를 키우는데 많은 비용이 듭니다. 때문에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소를 확충할 수 있을지, 소사육에 필요한 비용을 장기적으로 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또 거기에서 아무리 많이 사육한다고 해도 100만 마리를 사육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생산되는 고기양은 매우 적을 것이고 간부들의 수요만 충족시켜도 성과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다만 주민들의 불만을 고려하여 평양주민들이 한두 번 먹어보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남한은 그러한 고생을 하지 않아도 고기가 넘쳐납니다. 금년 6월 말 현재 사육하는 소는 311만 마리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08년 초보다 100만 마리 가량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고치라고 합니다. 정부는 소 생산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소의 수를 줄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는 사육 수 증가로 급락한 한우값을 안정시키려고 올해 300억 원을 들여 한우 암소 10만 마리를 감축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남한에는 풀밭에서 기르는 소가 많지 않습니다. 땅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 풀밭에서 놓아 기르는 소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고급이지만 값이 비쌉니다. 때문에 대다수 농가에서는 사료를 먹여 집중사육을 합니다.

남한처럼 농민들에게 하고 싶은 것을 해서 돈을 벌라고 하면 당과 정부가 하라말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소를 키울 것이고 시장에 고기가 넘쳐나면 누구나 고기를 먹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정녕 당과 정부가 나서서 하고 싶다면 사람들을 강제 동원할 것이 아니라 무슨 수를 써서든지 재원을 마련하여 일한 것만큼 보수를 주면서 개간을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