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중 칼럼] 최고인민회의의 올바른 역할

박형중∙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0.03.26
오는 4월 9일 최고인민회의 12기 2차 회의가 개최됩니다. 금년의 최고인민회의도 예년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길어야 2-3일 개최되고, 북한당국이 발표한 것을 듣고 통과시키는 거수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 헌법 위반입니다. 북한 헌법은 최고인민회의에 막중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북한 헌법 상으로 최고인민회의는 국가의 최고주권기관이고, 입법권을 행사해야 하고, 비밀투표로 선출되어야 합니다. 또한 북한헌법은 국가 대내외 정책 기본원칙 수립권 및 광범한 인사권을 포함 17개에 달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최고인민회의는 헌법이 부여한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중요한 정책 문제에 대한 토론을 전개하고, 민의를 반영하며, 잘못된 것을 고치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실정을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문제에 있어서 김정일 위원장이 독판치고 있습니다. 그 아래서 중앙당과 국방위원회가 무책임하게 전횡을 부리고 있습니다. 내각이나 최고인민회의는 말 그대로 허수아비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정책이 민심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며, 정책이 잘못되어도 시정되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보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안건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화폐 개혁 실패의 문제이고 둘째는 인민생활 개선의 문제입니다. 최고인민회의는 화폐개혁 실패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철저히 규명해야 합니다. 또한 지금의 경제 파탄을 극복하고 인민생활을 개선할 데 대한 방도에 대해서 활발한 토론을 벌여야 합니다. 그러한 바탕위에서 헌법이 부여한 최고인민회의의 권한에 기초하여 마땅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최고인민회의가 이와 같은 역할을 하지 않으면, 또다시 무책임한 정책이 무책임하게 실시되고 아무도 책임 추궁을 받지 않는 사태가 발생할 것입니다.

최고인민회의가 이러한 역할을 하자면, 최고인민회의의 역할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 방도를 봅시다. 우선 대의원 선거방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대의원 선거에서 여러 명이 입후보하는 것을 허락하고, 북한 헌법이 보장하는 데로, 일반적 평등적 직접선거 원칙에 의하여 비밀투표로 선거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가 및 지방 차원에서 정책 실패와 부정부패가 상당히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중앙정부에도 일반인민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둘째, 최고인민회의의 정책 비판 기능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한 개인, 한 기관이 독판치듯이 정책을 결정하면, 이는 필연코 실패하고 잘못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부터 여러 각도로 검토해야 하고 민의를 반영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최고인민회의는 내각과 노동당의 활동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북한 국가가 제대로 운영되고 인민생활이 개선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 나라 안에 만연하고 있는 각종 부정 부패가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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