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초에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보통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독재타도를 외치면서 민주화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시작은 북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튀니지입니다. 튀니지는 이슬람 종교로 뭉친 "아랍연맹"의 회원국인데, 아랍연맹은 지난 1945년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창설되었습니다.
22개 아랍연맹 회원국 가운데 인구 8천만이 넘는 이집트가 가장 영향력이 큰 나라입니다. 국민소득은 1인당 6천불이 채 안되지만 지금까지 이집트는 중동을 결집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북아프리카의 진주'라고 하는 튀니지는 인구 천 만 명이 조금 넘고 1인당 국민소득이 8천불에 달하는 중견국가입니다. 온화한 기후 탓에 아름다운 꽃이 많기로 유명한 이 나라에서 모든 사람들이 어디서나 감상할 수 있는 꽃이 '자스민'입니다. 이번에 튀니지에서 발생한 시민혁명을 보통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대중운동이란 의미에서 "자스민 혁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사건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작년 12월 17일 대학을 졸업한 26세의 청년이 야채노점상을 하다 경찰의 단속에 적발되어 분신자살을 기도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발단이 되어 12월 19일 높은 실업률에 항의하는 시민과 경찰이 충돌해서 시민 2명이 목숨을 잃었고, 분신자살을 기도했던 청년도 금년 1월 5일 사망했습니다. 이후 반정부 시위가 튀니지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수 십 명이 사망하기에 이르렀고, 급기야 1월 11일 튀니지의 수도에서도 데모가 일어났습니다.
튀니지 정부는 내무장관을 경질하고 통행금지를 선언하는 등 질서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했지만 성난 민심을 거스를 수 없었습니다. 급기야 1월 14일 벤 알리 대통령과 그의 일가가 인근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을 했고, 튀니지에는 과도정부가 들어섰습니다. 도피 직전 벤 알리 대통령의 부인은 튀니지 중앙은행에서 금괴 1.5톤을 빼갔다고 합니다. 튀니지 과도정부는 전 대통령의 친인척 33명을 부정부패 혐의로 체포하고, 도피한 대통령 부부와 일가친척에 대해 국제수배를 요청했습니다. 대통령의 부인, 딸, 사위, 처조카 등이 튀니지의 돈이 될 만한 사업은 다 챙겼던 것 같습니다. 부정부패한 독재체제의 전형인 것입니다.
"요원의 불길"이라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바싹 마른 들판에 조그만 불씨만 떨어져도 그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통사람들의 민주화 혁명은 말 그대로 요원의 불길과 같이 이웃나라로 번지고 있습니다. 수단에 이어서 이집트까지 민주화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중동에서 번지고 있는 이 요원의 불길을 가장 두려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 당사자가 바로 북한지도부일 것입니다. 튀니지보다 더 열악한 경제상황에서 더 지독한 독재를 하면서 더 위험한 군사모험주의가 지배하는 곳이 바로 북한입니다. 이 독재가 끝나야 우리 북한 동포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날이 오게 될 텐데 말입니다. 중동에서 타오르는 민주화의 불길이 북한으로까지 번지기를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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