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북한,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한 입장부터 밝혀야

2008-07-11

남한의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언제라도 남북정상회담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북핵폐기에 도움이 된다면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김정일 위원장과 수시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오랜 입장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조평통 대변인은 남한 정부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대한 입장을 먼저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했습니다. 최근 노동신문 사설에서도 북한은 남한 정부가 6·15 공동선언을 거부하면서 남북관계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에서 김정일이 서명한 합의는 성스러운 문건으로 신성시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남한의 새 정부가 6·15, 10·4 선언에 대한 철저한 이행의지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 지도부가 자극을 받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의 많은 국민들은 두 선언에 앞서서 지난 91년에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가 먼저 이행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남북 분단사의 일대 장전이라고 평가받는 기본합의서를 외면하고, 6·15, 10·4 선언만을 이행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기본합의서 자체에 대해서 거의 언급조차 하지 않습니다. 김정일이 기본합의서 이행을 거부하는 이유로 자신이 서명한 문건이 아니라는 점을 제기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서명하지 않아서 유효하지 않다는 김정일의 논리가 매우 불합리합니다. 유훈통치를 내걸며 아버지의 유산을 중시하는 김정일로서, 연형묵 총리가 서명했다고는 하지만 김일성이 허락한 기본합의서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는 행동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 본인이 서명하지 않은 문건이라 이행할 필요가 없다는 북한식 논리를 따르자면, 이명박 대통령이야 말로 자신이 서명하지 않은 6·15, 10·4 선언을 이행할 의무가 없습니다.

‘내가 하는 것은 괜찮고 상대가 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 북한 정권의 상투적인 수법이지만, 이제는 남북관계의 건전한 발전과 진정한 협력을 위해서 이런 태도는 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남한 정부에게 6·15, 10·4 선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기 전에,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 지, 그리고 이 합의의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이유가 도대체 뭔지에 대해 먼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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