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렇게 정중한 예의를 갖추는 것은 김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의 당사자였을 뿐만 아니라 "무조건 퍼주기"라는 비판을 들으면서까지 김정일 정권을 지원한데 대한 답례인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논평에서 고 김대중 대통령의 발자취를 살펴볼까 합니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투사로 유명한 분입니다. 민주투사란 국민 개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독재정부에 항거하고 투쟁한 인물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는 6년의 감옥생활과 10년의 연금생활을 했고 납치당해 죽을 뻔했으며 사형선고도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국 1998년에 남한 국민의 선택으로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고초를 겪은 끝에 성공했기에 많을 사람들이 그를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이겨낸 '인동초'라고 부릅니다.
김 전 대통령의 고난과 영광의 삶은 북한 동포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남한에서는 적어도 정부에 반대하고 투쟁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김 전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고초를 겪었지만, 투쟁은 말할 것도 없고 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북한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민주투사들의 희생으로 남한의 민주주의는 점점 더 성숙해질 수 있었고, 이제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자유롭고 떳떳하게 개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한 시대의 인물은 그의 사후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역사의 평가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김일성, 이승만, 김구, 박정희 등 남북분단 이후 남과 북의 지도자들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아직 이릅니다. 분단이라는 굴레가 이들에 대한 평가를 굴절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직 통일이 된 후에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 것입니다. 이 점에서는 김 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김 전 대통령이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재임 중에 무리한 대북정책을 추진한 것은 그의 오점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4억 5천만 달러나 되는 현금을 주고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해서 노벨상까지 받았지만 6‧15 정상회담은 돈을 주고 산 회담이지 업적은 아니라는 비판이 많습니다. 김 전 대통령 이전의 역대 남한 정부도 북한과 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감히 엄청난 현금을 주고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특히 정상회담 대가로 준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불분명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면서도 어두운 마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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