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황강댐 무단 방류는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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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새벽 북한이 임진강 상류의 황강댐 수문을 갑자기 열고 많은 물을 방류하는 바람에 강 하류에서 휴가를 보내던 남한 시민 6명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북한이 임진강 상류의 물을 아무런 통보도 없이 방류해서 남측이 피해를 본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만, 많은 인명이 희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천을 공유하는 나라 사이에는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이 국제관례입니다. 다른 나라에 피해가 없도록 물 관리를 잘 해야 하고, 피해가 생기는 경우에는 보상해야 하는 국제협약도 있습니다. 남북 사이에도 임진강 물 관리를 위한 협력을 논의했지만 북한 당국의 미온적인 반응으로 협정은 없는 상태입니다. 북한은 이번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하루 만에 강의 수위가 높아져 긴급 방류했고, 앞으로는 통보하겠다는 짤막한 대남 통지문을 보냈습니다. 갑작스런 물 피해에 당황해하던 남한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바로 이 통지문 내용이었습니다. 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에 대한 당국의 입장으로서는 너무 성의가 없고 무책임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사건을 보고 두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하나는 일제치하에서 해방된 후 남북이 분단되는 과정에서 북한이 남한에 보내던 전력을 갑자기 끊는 바람에 남한이 암흑천지가 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전기는 수력발전에 의존했는데 수량이 풍부한 북쪽에서 대부분의 전기를 생산했었습니다. 북한에 의해 기습적으로 전기를 차단당한 남한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아마 그런 쓰라린 경험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을 것입니다. 두 번째 사건은 작년 7월에 발생한 박왕자씨 사건입니다. 금강산에서 관광을 하던 박씨는 북한군의 총격으로 현장에서 사망했고, 북한 당국은 지금까지 사건의 진상규명 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을 보면, 두 사건 모두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기습적인 도발로 남한사회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이번 임진강 수해 사건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관심은 북한이 왜 그랬을까 하는, 의도의 문제입니다. 김정일 정권에 불만을 가진 군부의 소행이라거나 실무자의 실수라는 등 분석이 있지만, 저는 남한 정부와 사회에 충격을 가해서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고도의 군사‧심리적 전술이라고 봅니다.

남한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진 후 과거와 같은 무조건 퍼주기 식의 대북지원이 사라지고 유엔제재로 무기 수출의 길까지 막힌 상황에서, 북한은 외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형편입니다. 따라서 염치불구하고 현정은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슬며시 개성‧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려고 했는데, 남한에서 이런 저런 조건과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우리말을 안 듣느냐면서 폭력을 행사한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남한 국민들은 북한 정권의 실체를 보다 정확하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북한을 옹호해 온 남한 내 친북 인사들조차도 여론이 나빠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는 북한을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우리 속담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