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남한의 부강이 민족 전체 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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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은 설입니다. 남과 북의 동포들이 각기 형편은 다르지만 성의껏 차려서 조상께 예를 올리고 식구들과 화목한 시간도 갖지요. 남한에서는 설 전후를 포함해서 모두 사흘을 쉬고, 방송매체와 영화관에서에서도 다양한 설 특집 프로가 선을 보입니다. 오늘 저의 논평은 남한의 한 TV 방송사가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라는 제목으로 방송한 설 특집 프로를 중심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이 방송사는 설을 맞아 중국 연길에 사는 조선족 학생들을 수십 명 초청하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남한에 나와서 일하는 엄마, 아빠와 오랫동안 떨어져 사는 연변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가족만남' 행사를 주선한 것입니다. 초청된 수십 명의 학생 가운데, 세 명의 가족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조명해서 가족 사랑의 따뜻함을 섬세하게 담아낸 감명깊은 프로였습니다.

올해 열 살인 성혁이는 엄마, 아빠가 남한의 천안에서 일을 하는데, 연길에서는 할머니와 단 둘이 살더군요. 엄마, 아빠는 성혁이가 아플 때나 학교에 입학할 때, 같이 있어주지 못한 것을 아주 미안해했습니다. 설날 아침 세배를 마친 성혁이와 아빠가 목욕탕에 가서 서로 때를 밀어주던 모습, 아들이 아빠 등을 밀어줄 정도로 컸다고 대견스러워하던 성혁이 아빠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12살인 소영이는 엄마가 혼자 남한에서 7년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소영이는 몸이 아픈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데, 할머니를 모시고 같이 병원에도 가고 집안 살림을 다 하는 것 같습니다. 소영이 엄마는 딸이 나이에 맞지 않게 어른스러운 것이 속상했나봅니다. 딸에게 엄마가 곧 돌아갈 테니 조금만 참아달라고 하더군요.

13살인 예화는 학교에서 반장은 물론 대대장까지 하는 전교 모범생인데, 아빠를 만나러 왔습니다. 예화 아빠는 나이 마흔이 넘어 귀하게 얻은 딸이라 더 애틋한 감정을 느낀다며 울먹이셨고, 예화는 아빠가 사는 집이 너무 작아서 속상하다고 울먹이더군요. 서울에서 만날 때 함박웃음을 짓던 가족들은 나흘 뒤 헤어질 때는 온통 울음바다를 이뤘습니다.

이 세 가족의 사연은 지금 남한에서 직장을 얻어 일하고 있는 40만 조선족 동포들의 이야기입니다. 같은 일을 해도 중국보다 경제수준이 높은 남한에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동포들이 남한에서 일을 하고 돈을 모아 중국으로 돌아갑니다. 고향을 떠난 타지이다 보니 몸과 마음에 고생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풍요로운 남한에서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오늘도 중국 곳곳의 남한 총영사관은 남한 비자를 받으려는 중국 동포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때마침 들려오는 소식이 1월 말을 기점으로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 수가 5만 명을 돌파했다는군요. 한 가족 당 4인 기준으로 해도 20만 명이 넘는 북한 동포들이 개성공단에 의지해서 생활하는 셈입니다. 여기에 2만 명이 넘는 탈북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북한에 송금을 하고 있지요. 이런 수치를 다 합하면 적어도 수백만의 우리 동포들이 남한과 연계해서 삶을 영위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마치 큰 나무가 그늘을 드리워 주변을 시원하게 하듯이, 남한이 번영함으로써 주변의 우리 동포들이 그 혜택을 보는 것입니다. 남한의 부강이 곧 우리 민족의 부강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