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일본 극우에 편승하는 북한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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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 극우 정치인들의 도를 넘어선 망동이 국제사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지 않겠다고 해서 파장을 일으켰고, 지난 4월 23일 참의원에 출석해서는 “침략에 대한 정의가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확실하지 않다”는 궤변을 늘어놓았습니다. 5월 12일에는 항공자위대 기지를 방문해서 ‘731’이라는 숫자가 선명한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습니다. 731은 생체실험으로 수많은 조선인과 중국인을 살상한 일본 관동군 부대의 명칭입니다.

한편 오사카 시장이자 젊은 극우를 대표하는 하시모토는 과거 군위안부는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제도였다면서 일본에 주둔한 미군 사령관에게 미군들이 매춘을 이용하는 게 좋겠다고 말해서 역시 국제사회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습니다. 현재 일본 정계를 대표하는 두 정치인의 몰상식한 발언과 역사 인식에 대해서 세계의 언론은 비판의 화살을 쏟아 붇는 것은 물론 일본 극우가 아시아의 평화를 해칠 가능성까지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아베 총리는 “일본이 침략하지 않았다고 말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다”면서 한 발 물러섰습니다. 또한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과도 거리를 두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이 역시 일본 정치인들의 얄팍한 속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 와중에 일본은 총리 특사를 평양에 보내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지마 특사가 김영일 노동당 국제비서를 만났다고 합니다. 몰상식한 역사 인식으로 지탄을 받던 와중에 남한과 미국에 알리지도 않고 기습적으로 특사를 보낸 것입니다. 북한정권의 핵개발과 군사도발을 저지하기 위해서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던 터에, 일본만 살짝 빠져서 딴 짓을 한 것이지요. 너무나 약삭빠르고 가벼운 일본의 모습이 가증스러울 뿐입니다.

평양이 일본 특사를 선뜻 받아들인 데는 나름대로의 목적이 있었을 겁니다. 남한, 일본, 미국을 중심으로 조여 오는 제재의 압박을 완화시켜야 했을 것이고, 중국까지 본격적으로 경제제재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지원이 필요했을 겁니다. 정권이 살아남기 위해서 일제의 침략을 부인하고 역사를 희롱하는 아베 정권과도 기꺼이 손을 잡겠다는 겁니다. 정권유지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북한 지도부의 실체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것이지요.

하지만 북·일 접근이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겁니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외톨이 북한과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는 일본 극우의 합작은 태생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