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중순 로동신문에 미국이 소위 '핵문제'를 탄생시킨 용납 못할 죄를 지었다는 글이 실렸습니다. 미국이 1957년부터 핵무기를 남한에 들여왔고 대규모 핵공격 연습을 해서 북한을 압박했으며, 이런 위협에 맞서기 위해 만든 자위적 핵 억제력을 포기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내용입니다. 이 글도 교묘한 논리로 포장해서 진실을 왜곡하고 북한 동포들의 눈과 귀를 가로막는 북한 정권의 행태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57년에 미국이 남한에 핵무기를 들여온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 목적은 북한의 주장처럼 핵공격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6·25 전쟁과 같은 남침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6·25때 100만이 넘는 중공군이 개입하고 소련이 지원하는 바람에 남한과 유엔군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통일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소련과 중공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인 미국은 북한의 또 다른 남침을 저지하고 남한을 보호하기 위해서 핵무기를 들여왔던 것입니다. 미군의 핵은 남한 방어용이지 북한 공격용이 아니었습니다.
미국은 같은 전략을 당시 냉전이 한창이던 유럽에도 적용해서, 서독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핵무기를 배치했습니다. 소련과 동구 공산정권의 막대한 재래식 전력으로부터 서유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배치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6·25 전쟁 이후 유럽과 한반도에서 대규모 충돌 없이 냉전이 끝났다는 것은 미국의 전략적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북한정권이 자위적 핵억제력 운운하면서 핵무기를 정당화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2005년 2월 1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서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표하기 전까지 북한의 핵정책은 "핵무기를 가질 의사도 능력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일성이 살아생전에 한 이 말이 북한의 공식 핵정책으로 전면에 내세워졌던 것이지요. 물론 뒤에서는 비밀리에 핵개발을 추진했습니다.
국제사회는 김일성의 말을 선의로 받아들이고 북한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믿고 많은 지원을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두 차례의 핵실험을 함으로써, 그런 믿음은 산산조각이 났고 김일성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임이 드러났습니다. 핵무기를 갖지 않겠다던 북한은 2005년 2월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서 미국의 핵위협 때문에 핵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이 남한에 배치했던 핵무기는 이미 1991년 가을 모두 철수되었고, 지금 현재는 단 한 개의 핵무기도 없는데도 말입니다. 물론 남한은 자체 핵무장 능력도 없습니다.
미군의 핵이 있었을 때는 핵을 만들 의사도 능력도 없다고 외치던 북한이 정작 미군 핵이 다 나간 지금 미국의 핵위협 때문에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떠들고 있는 겁니다. 북한 정권의 주장 가운데는 이렇게 내막을 알고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주장이 많습니다. 이런 터무니없는 거짓말에 속고 있으면서 속는 줄도 모르는 것이 오늘날 북한 동포들이 처한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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