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북한의 강영실 동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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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한 언론에 북한에서 사용하는 ‘강영실 동무’라는 말이 소개되었습니다. ‘강하게 영양실조에 걸린 동무’라는 뜻으로 북한군에서 유행한다고 합니다. 지난 10월에 두 명의 북한군 병사가 남한으로 귀순하면서 ‘강영실 동무’가 말장난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것을 남한 동포들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북한군 병사 대부분이 강영실 동무일 정도로 병사들의 먹는 문제가 어려운 모양입니다.

10월 초 개성공단의 북측 초소에서 근무하다 귀순한 병사는 키가 180cm인데 비해 몸무게는 46kg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먼발치에서만 바라봤던 북한군 병사를 실제 가까이에서 본 남한 군인들도 이 병사의 몸이 너무 마른 것에 놀랐다고 합니다. 남한에서는 그동안 개성공단 초소에 근무하는 병사인 만큼, 북한에서 신분 좋은 집안의 자제이고 처우도 좋을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이 병사에 따르면, 북한은 남측 인접지역에 근무하는 병사들을 남한의 시선을 의식해서 신장 위주로 선발한다고 합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처우가 좋은 편이었고 쌀밥도 나왔지만 반찬은 소금에 저린 무가 전부였다고 하구요. 지난 달 동부전선에서 귀순한 병사도 키 160cm에 몸무게 50kg으로 매우 왜소한 체격이었습니다.

지금 북한에서 군대에 입대할 나이의 청년들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에 태어난 세대입니다. 이들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영양이 부실했고, 태어나 자라면서도 고생을 많이 한 세대입니다. 최근 남한의 질병관리본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세 이상 탈북자 성인 남녀의 평균 키가 각각 165cm와 154cm라고 합니다. 조선시대의 남녀 평균 키가 161cm와 149cm 였으니, 지금 북한 성년들의 발육상태가 조선시대와 비슷하다는 얘기입니다.

김일성 3대 세습의 결과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아무리 주체사상과 핵강국, 미사일 강국을 외쳐도 북한 동포들의 생활상 자체가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핵과 미사일은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고통을 가중시킨 원인 제공자입니다.

지난 달 동부전선으로 귀순한 북한병사에게 남한 군인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따뜻한 라면을 끓여준 것이었습니다. 라면은 원래 일본에서 개발된 음식이지만 우리 민족의 입맛에 참 잘 맞는 모양입니다. 남한에서 일하는 조선족 동포들도 남한 라면이 맛이 있어서 처음 와서는 며칠씩 라면만 먹었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남한의 라면은 이제 세계적인 식품이 돼서 전 세계 곳곳으로 수출될 정도로 인기가 많지요. 남북관계가 하루 빨리 좋아져서 북한 동포들이 남한산 라면이라도 마음껏 드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