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미 '아시아 중시정책' 역사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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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사가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은 침략정책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놨습니다. 논평은 지난 11월 아시아·태평양지역 정상회담을 전후해서 미국의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발표한 정책들을 거론하며, 미국이 아시아 중시정책을 선언한 것은 세계 지배전략의 주공 방향을 아시아로 정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더 나아가, 미국이 아시아 지역 문제에 깊숙이 개입해서 지배와 통제를 강화하려는 야망을 갖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논평은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이 아시아인들의 자주성에 대한 난폭한 침해라고 끝을 맺었습니다.

19세기가 영국의 시대였고, 20세기가 미국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과거 제국주의의 피해자였던 아시아가 오랜 잠에서 깨어나 세계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는 조짐도 여러 곳에서 나타났습니다. 이미 남한과 일본이 아시아의 역동적 발전 가능성을 잘 보여주었고, 이제 중국과 인도가 경제발전 대열에 합류하면서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라는 예측이 점 점 맞아떨어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아시아가 21세기의 중심이 된다는 것은 과거 백인종 중심의 세계가 황인종 중심의 세계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이번에 오바마 행정부가 밝힌 아시아 중시정책은 바로 이런 시대의 대세를 제대로 읽고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호주 의회에서 가진 연설에서 21세기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클린턴 국무장관도 향후 10년간 아시아에 대한 경제·외교·전략적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가진 무한한 잠재성을 실현하는 길에는 넘어서야 할 장애물도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장애물은 역사의 유물을 끌어안고 독야청청하고 있는 북한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로지 3대 세습만이 살길이라고 믿는 정권이 문제입니다. 이 지역에서 노골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중국도 문제입니다.

사실 미국이 아시아로 다시 관심을 돌린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팽창을 걱정하는 이 지역 여러 나라들 때문입니다. 혼자서 중국을 상대하기 버거운 아시아의 작은 나라들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이 세력균형자로서 안정과 평화의 담보자로서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것입니다. 결국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은 침략정책이 아니라 역사의 요구이자 시대의 대세입니다. 이런 역사의 큰 물줄기 속에서 우리의 통일도 이룩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