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북 간부도 인권침해 피해자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15.05.19

며칠 전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지난 4월 20일 반역죄로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대공 중기관총으로 공개 처형됐다고 보고했습니다. 그 소식에 관하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그 ‘충격적인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 정권의 극도로 잔인한 행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4월 19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본부를 둔 북한인권위원회 (HRNK)와 미국 콜로라도 주에 위치한 상업위성사진 분석업체인 ‘AllSource Analysis’가 2014년 10월 7일 평양 근처의 강건 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집행된 공개처형 장면을 포착한 위성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그 위성 사진을 보면 포열선에 ZPU-4 지대공 중기관총 6대가 있고 사격 목표지점에 사람과 사람 그림자처럼 보이는 10여 개가 일렬로 서 있습니다.

앞서 여러 한국, 일본과 미국 매체들이 2014년 10월 초 10여명의 노동당간부들이 2회에 걸쳐 강건 사관학교 훈련장에서 집단총살을 당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2009년 초 제2의 권력 세습을 위한 준비 과정이 시작된 후 북한에서 공개 처형이 계속 집행되었습니다. 일반 주민들도 많이 당했지만, 리영호 군총참모장,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나 김씨 일가의 핵심부에 속한 김정은 제1비서의 고모부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까지 숙청되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에 의하면 2012년부터 현재까지 70여명의 북한 고위 간부들이 처형을 당했습니다. 김정일 정권 때 처음 3년간 20여명의 고위 간부가 숙청을 당했습니다. 김정은 정권 하의 숙청이 김정일 때보다도 더 사악한 이유는 김정일은 제1권력세습을 위하여 20년동안 준비할 시간이 있었지만, 김정은은 2009년초부터 2011년말까지, 겨우 3년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김정일은 북한의 지도자가 됐을 때 53세였지만, 김정은은 27-8세밖에 안됐었습니다. 아버지 보단 권력 기반이 훨씬 더 약하기 때문에 김정은은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불안합니다. 그래서 아버지 때보다 더욱더 빠른 시간 내 권력 기반을 다지려는 김정은 정권하에서 고위 간부들은 전례 없는 규모의 숙청을 당해 왔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과 제도는 일반 사람들과 고위관리 등 모든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일반 사람들뿐만 아니라, 북한 고위인사들이 공개처형을 당한 것은 북한의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입니다.

냉전 시대에 북한과 상황이 가장 비슷하던 동유럽 나라는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였습니다. 1989년 반공산주의 유혈 혁명이 일어난 동유럽 나라는 루마니아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는 다른 동유럽 공산주의 독재자와 달리 권력을 포기하지 않았고 개혁과 개방을 피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폭력을 통해 정권을 유지하려는 차우셰스쿠의 체제를 유혈적 혁명으로 무너뜨릴 수 밖에 없었으며, 인명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독재자와의 화해의 길이 없었으며 독재자가 군인들에게 붙잡혀 비참한 말로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루마니아에서 몇 명을 제외한 공산당, 비밀경찰과 보위기관 간부들의 운명은 반공산주의 혁명 이후 많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독재 정권 하에서도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담당하던 보위기관 요원과 간부들의 경우 돈과 지식이 있고 발이 넓어 공산체제가 무너진 후 기업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루마니아의 백만장자들 중에는 공산당 고위간부, 해외정보국 장교와 국가안전보위부 요원 출신들이 많습니다.

루마니아와 같은 동유럽 나라에서 공산주의 간부가 개방 후 기업가로서 성공했다는 사실은 그다지 큰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실패한 공산주의 정치. 경제. 사회 체제를 포기하고 자유 시장과 자본주의 경제에 의해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며 노력하는 생활을 할 수 있다면 그들과 하는 화해와 용서는 가능합니다. 북한의 경우 김일성 정권이나 김정일 정권 하에서도 상황이 어려웠지만, 충성심만 있으면 고위간부들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 하에서는 충성도가 높아도 고위간부들이 사소한 동기로 언제 공개처형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 상황 속에서 자신과 가족의 신변안전을 많이 우려하는 북한 고위 간부들이 루마니아를 교훈 삼아 북한 독재정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때입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