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칼럼] ‘쿠쿠밥솥’과 북한 고위간부들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12-11-27
이메일
댓글
공유
인쇄
  • 인쇄
  • 공유
  • 댓글
  • 이메일

북한 일반 주민들은 계속 어렵게 살고 있지만, 고위간부들은 중국, 일본, 한국 등의 전자제품들이나 스위스산 시계와 같은 고급 수입제품을 즐기고 있습니다. 세계 언론에 의하면 얼마 전 평양을 방문했던 한 중국인 방문자는 한 북한 고위간부의 집에 갔다가 부엌에서 한국산 ‘쿠쿠 밥솥’을 봤다고 합니다. ‘쿠쿠’ 밥솥은 남북한 양쪽에서 인기가 있지만, 약간의 차이점은 한국에서는 모든 국민이 전기 밥솥을 사용하는데 비해, 북한에서는 돈이나 힘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만 중국으로부터 밀수입된 이러한 한국산 전기 압력 밥솥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전기 압력 밥솥부터 CD 재생장치, DVD 플레이어, TV나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전자제품은 현시대를 살아가는데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경제와 자유시장을 바탕으로 하는 나라에서는 국민이 이러한 전자제품을 마음대로 즐길 수 있지만, 중앙경제계획에 의한 북한과 같은 공산주의 독재 국가에서는 돈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만이 이러한 전자제품을 소유할 수 있으며 한국산 ‘쿠쿠’ 전기 압력 밥솥을 소유하는 것 또한 북한에서는 최고 지위의 표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냉전시대에 북한과 상황이 가장 비슷하던 동유럽의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당시 루마니아에서 지위의 표식이던 전자제품은 서구나 암시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었던 비디오 카메라와 비디오 재생기였습니다. 1980년대 당시 루마니아에는 언론검열이 심했으며 외화를 아끼기 위해 80년대초부터 외국영화 수입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그러나 당 고위 간부들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그들은 해외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최신 비디오 테이프를 구입하여 새로 나온 외국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루마니아 당국은 일반 주민들이 외국 영화와 뉴스를 몰래 보지 못하게 하려고 일반 전자제품 가게에서 비디오 기기를 팔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때문에 비디오 기기를 사려면 암시장에 가야 했으며, 한대 가격이 일반 주민의 2년치 월급에 해당 되어 일반 사람들이 살 엄두조차 내질 못했습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기발한 생각을 가진 장사꾼들은 오히려 이를 돈벌이의 기회로 삼아 비디오를 암시장에서 산 뒤 불법이긴 하지만 입장료를 받고 자신들의 집에서 외국 영화나 음악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런 행위는 상당히 위험한 것이었습니다. 루마니아 당국은 주민들이 공산 정부와 독재자를 비판 하는 것이 두려워 일반 사람들이 몇 명이라도 모이는 것 자체를 크게 우려했습니다.

또 기업가 정신이 있는 장사꾼들은 비디오 카메라를 구입하여 결혼식, 세례식이나 졸업식과 같은 행사를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를 팔면서 돈을 벌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 고등학교 졸업 직전에 저의 반도 촬영기사를 불러 비디오 촬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고등학교 동창회 모임이 있을 때마다 공산주의 시대에 찍은 그 비디오테이프를 보곤 합니다.

공산주의 시대에 일반 가게에서 구입할 수 없는 전자제품을 소유하는 것은 돈이나 권력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만의 최고 지위의 표식이며 루마니아 사회의 양극화를 상징했습니다.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지 23년이 지난 지금, 자본주의 경제, 자유시장과 민주주의의 뿌리를 내린 루마니아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러한 전자제품을 즐기고 있습니다. 북한도 2011년 12월 17일부터 등장한 김정은 정권하에 한국에서 만든 ‘쿠쿠’ 전기 압력 밥솥과 같은 전자제품들이 돈이나 권력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뿐만이 아닌 집집마다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생필품이 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하고 싶은 말 (0)
  • 인쇄
  • 공유
  •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