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새해의 희망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18-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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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은 세계가 기념하는 큰 명절입니다. 전통적으로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난 1년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새해의 희망과 계획을 결심할 때입니다. 1990년 1월 1일은 루마니아, 즉 ‘로므니아’ 반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난 지 2주밖에 안되어 온 국민이 수 천 명의 혁명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을 때여서 양력 설(신정)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릴 적 기억으로 공산주의 독재에 의한 고통을 가장 많이 느낄 때가 바로 양력 설이었습니다. 루마니아의 겨울은 유난히 추웠는데 전기와 석유를 아끼기 위해 정부는 아파트 건물의 중앙난방을 꺼 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면 실내 온도는 영상 3-4도까지 떨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공산주의 시대에도 양력 설에 루마니아 사람들은 문화예술회관에 가서 음악회를 감상했습니다. 그러나 문화예술회관의 실내 온도가 너무 낮아 연주자들이 손가락이 없는 장갑을 끼고 악기를 연주하곤 했습니다. 사회주의 시대 루마니아에 이런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잠자러 갈 때 잠옷으로 갈아입지만, 루마니아 사람들은 유일하게 겨울 잠바를 걸쳐 입습니다.’

공산주의 독재 시대에 이 날은 아이들이 있는 부모가 신경이 제일 많이 쓰일 때였습니다. 양력 설이라 아이들에게 식료품가게에 가끔만 들어오는 귤이나 바나나 같은 열대과일을 사 주기 위해 노인이나 아이들 할 것 없이 모두 날씨가 안 좋고 눈이 오더라고 바깥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했습니다.

당시 루마니아에서 정전이 잦아지자 공산 정부는 전기를 아끼기 위해 TV방송을 많이 줄였습니다. 따라서 루마니아 사람들은 하나밖에 없는 루마니아 중앙방송국을 하루에 2시간씩 밖에 볼 수 없었습니다. 1년에 한번씩, 바로 신정 때, 루마니아 TV는 새벽 6시 까지 방송하였습니다. 밤 12시가 되기 직전, 즉 오후 11시 30분부터 공산주의 독재자의 신정 축하 연설이 방송되었습니다. 그것은 루마니아 사람들에게 아주 답답한 일이었습니다. 집안에서 겨울 잠바를 입을 정도로 춥고, 식량이 부족하고, 인권 유린이 그렇게 심한데도, 독재자는 12월31일 밤에 신년사를 할 때 현실과 너무나 다른 말만 하였습니다. 독재자는 항상 양력 설 연설에서 루마니아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많이 향상되었고, 경제는 급격히 성장하고 있고, 미래가 밝을 것이라 했습니다.

사실 지난 1월1일 북한 김정은 제1비서가 발표한 신년사 내용을 보고 냉전 시대에 루마니아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2018년 신년사 발표하면서 지난 1년동안 발전해 온 북한의 경제, 탄도 미사일과 핵무기를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 ‘병진노선’의 계획에는 큰 모순이 있습니다. 사실상 정권이 일반 주민들에게 소용이 하나도 없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면서도 대다수 북한 주민들의 경제.보건.위생 상태가 여전히 열악합니다. 김정일과 김정은 정권 하에서 북한은 ‘인민공화국’보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인민들을 희생시켜 온 ‘김씨 일가 공화국’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번 2018년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한국이 개최할 평창 동계 올림픽 경기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습니다. 또한 북한 지도자가 북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북한 대표단이 평창 올림픽에 파견될 것이 긍정적인 발전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남북한 민족 화해와 통일을 위해 북한이 비핵화. 개혁과 개방과정을 확실히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루마니아가 개방되어 바로 그러한 개혁과 개방을 추진하기 시작할 당시 대학을 다니던 저는 자격시험에 합격해 한국 유학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한국에서 10년 동안 살면서 한국 명절의 깊은 의미를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전통 명절을 중요시하며 지키려고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특히 추석과 음력 설(구정)에는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함께하기 위해 한국의 넓은 고속도로들은 주차장이 되어 버리는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차를 타고 고향으로 가려면 추석 같은 명절에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24시간까지도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살면서 루마니아의 명절 분위기와 가족을 그리워하던 저는 한국 사람들의 정과 한국의 인상 깊은 전통을 경험하면서 두 번째 조국이 되어 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 살면 마음만 먹으면 가족들은 때와 장소 등의 제약 없이 만날 수 있습니다. 남북한의 이산가족들을 생각하면 지금의 민주주의 루마니아 사람들은 큰 복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8년 새해를 맞아 남북한의 이산가족을 포함한 온 국민이 곧 상봉할 날이 오리라 희망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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