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평등’ 구호 속 북 집권층 사치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16.01.19

한국 무역투자진흥기관인 코트라(KOTRA)에 의하면 북한은 독일 뮌헨 지역으로부터 1년에 평균 7톤 분량의 맥주를 수입합니다. 사실 자유세계에 사는 주민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 벨지끄 (벨기에)나 체스꼬 (체코) 맥주를 쉽세 맛볼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도 독일 맥주가 유명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냉전시대에는 독일에서 가정마다 수도꼭지에서 물 대신 맥주가 나온다는 전설이 북한에 돌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일반 주민이 독일 맥주를 접할 순 없습니다. 독일 맥주 수입은 분명히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주변 간부들을 위한 것입니다.

김정은이 수입 맥주를 좋아하는 반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값비싼 프랑스 코냑과 포도주를 즐겼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1988년부터 2001년까지 13년동안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로 일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씨는 2003년 9월 자신의 회고록 ‘김정일의 요리사’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2001년 4월 고국인 일본으로 탈출한 후지모토 씨는 이 회고록에서 자신이 직접 목격한 김정일과 북한 간부들의 생활 양식을 전했습니다.

회고록에 의하면 후지모토씨가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즐기던 고급 양주인 프랑스제 포도주와 코냑, 단마르크 (덴마크)제 돼지고기, 체스꼬 (체코) 맥주, 일본 생선과 열대 과일을 구하려고 김정일의 명령으로 온 세상을 돌아다녔습니다. 후지모토씨에 의하면 ‘고난의 행군’때 북한 주민은 굶고 있었어도 김정일은 온 세계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겼고 술 창고에는 수입 포도주가 만병이나 있었다고 합니다. 후지모토 씨는 김씨 일가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폭로했기 때문에 북한 비밀요원들에게 암살을 당할까 봐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나 2012년 후지모토씨는 김정은의 초청을 받아 11년만에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후지모토씨에 의하면 평양에서 자신을 환영하기 위한 만찬도 있었고, 자신이 북한을 탈출한 후 북한에서 계속 살았던 아내와 딸도 만났습니다. 그 만찬에는 김정은뿐만 아니라, 김정은의 아내인 리설주, 여동생 김여정, 2013년12월 처형 당한 고모부 장성택과 다른 고위 간부들이 참석했습니다.

후지모토씨는 김정은에게서 앞으로 북한에 계속 드나들 수 있는 허락도 받았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김정은은 어렸을 때 즐기던 생선 초밥 맛이 그리워 후지모토씨를 다시 찾았을지도 모릅니다.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 설립됐을 때부터 사회주의 국가로서 평등주의를 주장해 왔지만, 3대 권력세습을 공식화하면서 조선노동당을 공산당도 아닌 김씨 일가 숭배를 바탕으로 하는 김일성 당으로 변질됐습니다. 또한 평등주의를 강조하는 북한은 주민성분 제도를 김씨 일가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용해 왔습니다. 북한 정권도 27년 전 소멸된 다른 공산주의 국가들처럼 노동자를 위한 ‘지상낙원’이라 주장하지만, 북한의 사회, 정치와 경제 체제는 노동자들까지 포함해 일반 주민들의 복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독재자를 숭배하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김정일 정권 때 북한은 ‘강성대국,’ 또는 김정은 정권하에서 ‘핵 경제 병진노선’을 이룬다고 했지만, 북한의 권력세습 독재 체제는 ‘강성대국’과는 전혀 다릅니다. 북한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이웃 나라를 위협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있습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은 인권유린, 영양실조와 정치탄압 때문에 매우 어렵게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북한 권력세습체제의 모순들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구 소련과 동유럽의 공산주의 독재정권들이 그러한 모순 때문에 무너졌는데, 개혁, 개방과 변화를 거부하는 북한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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