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천안문 시위 28주년과 북한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17.06.06

1989년은 반 공산독재 혁명의 해였습니다. 그해 바깥세계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북한 주민들만 자유의 꿈을 꾸지 못했지만, 중국까지 자유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지난 6월 4일 세계 곳곳에서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운동하는 많은 시민 단체들이 중국 천안문 시위와 그 당시 중국 주민들의 민주화 운동을 기념했습니다. 28년 전인 1989년 4월 14일 북경의 천안문 광장에서 중국 지식인과 대학생이 주축이 되어 자유, 개방과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천안문 광장의 시위 사태는 후야오방 전 공산당 총서기의 사망을 계기로 시작됐습니다. 후 전 총서기는 개혁과 개방을 옹호했지만 이를 반대하던 중국 공산당 보수파 때문에 총서기직에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후 전 총서기가 1989년 4월에 사망하여 그를 애도하기 위해 천안문 광장에 모인 중국인들은 자유, 개혁과 개방을 위한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1989년 6월 4일 중국 정부의 무력 진압으로 천안문 광장에 모였던 많은 젊은이가 부상하거나 사망했습니다. 그래서 6월4일은 ‘북경 대학살 사건’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천안문 사건으로 인해 민간인 240여명이 사망하고 7천 여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비공식 소식통에 의한 정보에 따르면 민간인 사망자와 부상자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았습니다.

중국은 천안문 사태가 발생한 지 28년이 지난 지금 경제적 개혁과 개방을 어느 정도 받아들였지만, 정치적 사회적 개혁과 개방은 아직까지 거부하고 있습니다. 반면 소련이 와해된 1989년 동유럽 사람은 자유로 향한 길로 가기 시작했습니다. 1989년은 역사책에서 ‘철의 장막’이 무너진 해로 영원히 기록되어 있을 것입니다.

71 년 전인 1946년, 제2차 대전 때 영국의 수상을 지냈던 윈스턴 처칠은 미국 미주리 주 풀턴 시에 있는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서 명예 학위를 받으며 감동적인 연설을 했습니다. 처칠은 바로 그 연설에서 자유민주주의 세계와 공산주의 독재 세계를 가른, 그의 유명한 ‘철의 장막’이란 표현을 처음으로 썼습니다. 그래서 역사학자들은 미국이 주도한 자유세계와 소련이 지배한 공산주의 독재 세계의 대립을 배경으로 하는 냉전시대는 1946년 있었던 처칠의 연설을 계기로 공식적으로 시작됐다고 봅니다.

유럽을 분단시킨 ‘철의 장막’은 28년 전인 1989년에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1989년 동서독 젊은이들이 망치를 들고 동서 분단을 상징하던 독일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습니다. 체스꼬슬로벤스꼬에선 평화적인 변화가 있었고, 로므니아의 경우 젊은이 수천 명이 희생하면서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대통령의 공산당 체제를 유혈 혁명으로 무너뜨렸습니다.

1989년 동유럽에서 숨가쁜 변화가 일어날 때 뽈스까 그다니스크 조선소 노동자들의 자유노동 조합은 합법화됐습니다. 뽈스까에서는 최초로 공산주의 정부가 아닌 연립 정부를 조직하는 데 자유노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1970년 뽈스까에서는 자유노조 회원이었던 노동자들이 경찰의 무차별 총격으로 80명 이상이 숨졌고 1천명 이상이 다친 사건도 있었습니다.

1990년대 동유럽 나라들은 쉽지 않은 전환기를 겪어야 했습니다. 결국 마쟈르, 뽈스까, 체스꼬, 슬로벤스꼬, 슬로베니아, 리뜨바 (리투아나아), 라뜨비야 (라트비아), 에스또니야 (에스토니아), 로므니아와 벌가리아는 유럽연합에 가입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을 향한 개혁정책이 어느 정도 성공했습니다.

천안문 민주화 운동 28년 후, 처칠의 '철의 장막' 연설이 있은 지 71년 후, 또한 동유럽의 공산주의 독재 체제가 무너진 지 28년 후, 정치, 사회, 경제 개혁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유일하게 남은 냉전시대의 유물은 이제 북한밖에 없습니다.

권력세습이 두 번이나 이뤄진 김씨 일가의 최후의 목표는 정권 유지입니다. 북한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주민을 굶기고 인권을 탄압하면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부족한 자원을 많이 낭비합니다. 후기 공산주의, 후기 산업사회 왕조적 정치를 추진하고 있는 북한의 김씨 일가는 정치.경제.사회 개혁과 개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느 날 동유럽의 독재 정권들처럼 역사의 뒷안길로 살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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