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문재인 당선을 환영하는 북한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7-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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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측은 문재인 후보가 남한 대통령이 된 것을 환영했습니다. 환영할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문재인을 중심으로 하는 남한의 진보정권과 미국과의 사이에 어느 정도 마찰이 생길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문재인 행정부가 2008년까지 남한정부가 실시했던 이른바 햇볕정책을 재개할 희망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햇볕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문재인 행정부가 햇볕정책을 다시 시도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문재인 행정부가 직면한 현재의 국내외 상황을 감안한다면 문 대통령이 사실상 햇볕정책을 바로 재개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첫째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입니다. 2000년대 초 김대중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시작했을 때 북한은 국제 제재 대상 국가가 아니었습니다. 그 때문에 햇볕정책은 남한의 독자적인 선택의 문제일 뿐이었습니다. 물론 햇볕정책이라는 것은 말로는 남북교류라고 하지만 사실상 교류를 위장한 대북한 원조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15년 전에는 남북교류가 국제법에 위배되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사뭇 다릅니다. 요즘에 대북경제지원은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북한 언론의 주장과 달리, 이와 같은 상황은 미국 때문에 생긴 것이라기보다는 중국과 러시아 등 국제사회의 공동 노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행정부가 이 노선을 바꿀 수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제가 얼마전에 국제법을 아는 사람들에게 대북제재를 합법적으로 회피할 방법이 있는지 물어봤을 때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받았습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이나 중국과 외교교섭을 통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최근의 국제상황을 감안하면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두번째 문제는 국내 문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남한 사람 대부분은 북한과의 극한 대립이나 적대관계를 별로 환영하지 않지만 햇볕정책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본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가 벌써 말한 바와 같이 햇볕정책은 사실상 남한이 북한에 원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 사람들은 특히 남한 학생, 청년들은 북한에 대해서 관심도 없고 북한에 공감하지도 않습니다. 결국 그들은 햇볕정책을 위해서 세금을 낼 의지가 거의 없습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특징이 있습니다. 북한 선전 일꾼들은 국가의 재산이 모든 인민들의 재산이라고 주장하지만, 북한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 사람들이 나라의 돈이 본래부터 자신들의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가가 주는 돈은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돈처럼 생각합니다. 남한을 비롯한 시장경제 나라 주민들은 국가의 돈에 대해서 자신들이 세금으로 내놓은, 즉 본인의 돈이라고 어느 정도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자신들이 싫어하는 목적을 위해 이 돈을 써버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문재인 행정부가 국제문제를 잘 해결한다해도 햇볕정책을 시작하게 되면 국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많이 커져서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저의 희망은 문재인 행정부가 햇볕정책을 재개하지 못할 경우에도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가능한 한 많은 남북협력과 대북 지원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대북 인도적 지원은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가능합니다. 그래도 평양정권이 문재인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갖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하려 노력한다 해도 현 상황에서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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