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주체연호와 북한의 봉건주의

안드레이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7-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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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람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올해는 주체 106년입니다. 이것은 바로 주체연호제입니다. 이 주체연호제가 시작한지 확실히 20년 되었습니다. 1997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주체 연호가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세계에서 이러한 체제는 거의 없습니다. 더 엄밀하게 말하면 지금까지 주체연호와 비슷한 연호가 있는 나라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이 나라는 일본입니다. 사실상 북한이 주체연호를 실시하기 시작한 것은, 옛날 동아시아 유교 관습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고대 중국에서, 중국 사람들은 새로운 임금이 즉위했을 때 새로운 연호를 시행했습니다. 가끔 왕조가 시작했을 때부터 연호로 쓰기도 했습니다. 이것을 바로 북한이 그대로 도입한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북한은 자신이 공화국이라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공화국이 아니라 절대군주제를 실시하는 왕국임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북한의 주체연호는 바로 이런 사실을 분명히 말해줍니다. 주체연호는 북한 역사가 왕조를 창시한 김일성이 태어났을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해줍니다.

이런 입장에서 북한을 보면 옛날 리조시대와 비슷한 점이 보다 더 많습니다. 그냥 혈통 때문에 최고 통치자가 된 사람뿐만 아니라 신분제까지 있습니다. 리조시대에 량반, 량민 그리고 노비나 천민들이 있었습니다. 천민으로 태어난 사람은 량민이 되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죽을 때까지 어렵고 고생이 많고 거추장스러운 생활을 했습니다. 반대로 량반들은 량반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이유 때문에 특권이 많았습니다. 지금 북한에서는 신분이 아닌 발음까지 비슷한 출신성분이 있습니다. 핵심계층도 있고, 적대계층도 있고, 동요계층도 있습니다. 요즘에 구조가 조금 바뀌었지만 사실상 기본구조는 비슷합니다. 토대가 나쁜 사람은 평생동안 리조시대 노비처럼 어렵게 살고, 간부집에서 자라난 사람은 리조시대 량반처럼 잘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원래 봉건주의 사회에서 일반 량반들 뿐만 아니라 극소수 귀족들이 있었습니다. 북한에서도 비슷합니다. 백두산 줄기도 있고, 낙동강 줄기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많아도 수만 명입니다. 옛날 봉건주의 사회의 귀족과 많이 비슷합니다. 그들은 대를 이어 고급 간부가 되고, 물질적으로도 잘 살고, 권력도 매우 많습니다. 이것은 신분제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원래 북한이 공산주의 국가들 가운데서 많은 비판을 받은 이유는 지도자 개인 숭배입니다. 북한처럼 지도자를 절세위인, 천재, 영웅중의 영웅, 민족의 태양으로 극찬하는 사회주의 국가는 소련 스탈린 사망 이후 모택동시대 중국과 호자 시대 알바니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모택동이 사망한 후에 중국도 바뀌었습니다. 알바니아에서도 1990년대 초 민중혁명 때문에 공산당 체제가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식 개인숭배는 사실상 봉건주의 시대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본 천황이든 중국 황제이든 리조시대 임금이든 비슷한 극찬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것을 감안하면 북한은 아직 근대국가보다, 봉건주의 유산이 많은 국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무조건 나쁜 것인지 모릅니다. 가끔 왕국은 공화국보다 장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주체연호가 나온 북한 자료를 보면 북한에 봉건주의 유산이 얼마나 많은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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